올해 산타클로스가 한국을 찾은 시간은 24일 밤 11시24분쯤이다. 순록 여섯 마리가 끄는 썰매를 타고 제주 서귀포 상공으로 진입한 산타는 한반도 구석구석을 돌며 북상해 서울에 도착했다. 여의도 63빌딩과 남산 서울타워를 한 바퀴씩 돌고, 이어 잠실 롯데월드를 두 바퀴 돌고 경복궁 지붕 위를 지나 밤하늘로 사라졌다. 산타가 한국에 머문 시간은 약 3분 45초. 1년 동안 착한 일을 한 어린이들에게 약 2000만개의 선물이 뿌려졌다. 산타는 휴전선을 넘어 북한에도 약 1분간 머물며 선물을 전달했다. 실시간으로 중계된 산타의 위치 추적 서비스 덕분에 알 수 있었던 소식이다.
생소할 수도 있는 이 서비스는 한 통의 잘못 걸려온 전화에서 시작했다. 미·소 냉전기인 1955년, 미국 콜로라도에 있는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노라드)의 전신인 대륙방공사령부(CONAD·코나드)로 전화가 왔다. 한 어린이가 작은 목소리로 크리스마스에 받고 싶은 선물 목록을 읊기 시작했다. 현지 백화점이 신문에 게재한 ‘산타에게 전화 걸기’ 이벤트 광고가 잘못 인쇄돼 하필 공군 대령의 긴급사태 전용폰으로 걸려온 것이다. 전화를 받은 대령은 아이가 실망하지 않도록 “난 산타클로스”라고 했고, 이후 며칠간 아이들의 전화를 받아야 했다.
노라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동심을 지켜준 것도 고마운데 이듬해인 1956년부터 실시간 산타 위치 추적 서비스를 시작했다. 노라드는 미국과 캐나다가 창설한 항공우주 공동방위조직으로 북미 대륙의 상공을 지키는 일을 한다. 잠재적 적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한 레이더와 인공위성, 항공기 등을 이용해 산타의 행로를 추적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벌써 69년째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 산타가 전 세계 하늘을 돌며 선물을 나눠주는 위치가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붉게 빛나는 루돌프 코에서 나오는 열을 추적해 위치를 파악한다. 성탄절 하루만이라도 어른들의 유머와 배려에 전쟁과 가난 등으로 고통받은 지구촌 어린이들이 행복했기를 바란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