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하던 선물이 왔어요” 아동 5000여명에 따뜻한 연말 배달

입력 2024-12-26 03:07
이영석(오른쪽) 월드휴먼브리지 대경지부 사무국장과 드림스타트 관계자가 지난 20일 경북 경산 드림스타트에서 열린 차일즈 크리스마스 위시 선물 박스 전달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월드휴먼브리지 제공

아이들이 직접 선택한 선물에는 크리스마스의 설렘과 소망이 담겨 있다. 6살 소은(가명)이게는 오르골 보석함이, 8살 준영(가명)이는 헬로카봇 변신 로봇이 배달됐다. 중학생 민수(가명)는 운동과 공부를 관리하며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고 싶다며 스마트워치를 골랐고 아이돌이 꿈인 12살 유정(가명)이는 아이돌 그룹 아이브(IVE) 콘서트 앨범을 선택했다. 이밖에 축구화, 산리오 문구 세트, 무선조종 자동차, 무선 이어폰 등 아이들은 스스로 원한 물품들이 선물 상자에서 나오자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형편이 어렵다고 소망까지 어려우면 안 되니까.” “조금 더 많은 아이가 행복하기를.” 월드휴먼브리지(대표 김병삼 목사)의 ‘차일즈 크리스마스 위시(Child’s Christmas Wish)’를 시작한 이유다. 월드휴먼브리지는 선물을 받고 기뻐할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희망하는 선물 리스트를 꼼꼼하게 조사했다. 마음을 담은 카드를 적고 예쁘게 포장해 전국 곳곳의 아이들에게 깜짝 선물을 전달했다. 선물과 함께 쿠키와 과일, 파스타, 샐러드 등 정성껏 마련한 식사도 배달됐다.

올해로 4회째 열린 이 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5000여명의 소외계층 아동들이 잊지 못할 추억과 따뜻한 연말을 선물 받았다. 월드휴먼브리지 본부를 비롯해 전국 10개 지역본부(대경, 대전, 산본, 서산, 수원, 안양, 익산, 일산, 철원, 청주)에서 다양한 복지시설과 협력해 전국 1600명의 아동에게 맞춤형 선물을 전달하며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됐다.

그룹홈에 배달된 특별한 하루

‘차일즈 크리스마스 위시’는 단순한 선물을 넘어 소외된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한다. 특히 그룹홈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는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아 선물을 전달한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민찬이와 은찬이(가명)에게 차일즈 크리스마스 위시는 특별하다. 쌍둥이인 두 아이는 그룹홈에 산다. 16살에 아이들을 낳은 엄마는 일찍 집을 떠났고 알코올 중독인 아빠가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면서 친척 집과 조부모 집을 전전한 뒤 찾은 곳이 그룹홈이다. 세 살 무렵 시작한 그룹홈 생활은 올해로 10년이 됐다.

한 어린이가 '소원이 이뤄지는 크리스마스 편지'를 작성하는 모습. 월드휴먼브리지 제공

지난달 두 아이에게도 차일즈 크리스마스 위시의 ‘소원이 이뤄지는 크리스마스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에는 자신의 이름과 갖고 싶은 선물, 받고 싶은 이유를 적는 빈칸이 있다. 지난해 갖고 싶던 장난감을 선물 받았던 쌍둥이는 올해 소원으로 운동복과 겨울 점퍼를 적어 냈다. 선물을 받은 아이들은 “선물과 저녁 식사 덕분에 신나는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었다”며 기쁨을 표현했다.

2005년부터 그룹홈을 운영해 온 지원(가명)씨도 차일즈 크리스마스 위시의 수혜자다. 지원씨는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을 받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진다”며 월드휴먼브리지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아이들이 보호 종료가 돼도 일반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과 다르지 않다고 느낄 수 있도록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 아이당 월 수급비 약 69만원으로는 의식주를 해결하기도 빠듯한 상황이다. 학원비나 계절에 맞는 옷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늘 미안한 마음이 크다.

그는 “모두가 기다리는 크리스마스지만 그룹홈 친구들에게는 평범한 하루”라며 “아이들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지만, 한정적 재정 안에서 그룹홈을 운영하다 보니 작은 장난감 하나 마음 놓고 사주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따뜻한 마음이 모여 만든 기적

월드휴먼브리지 김진섭 사무총장은 “매년 많은 아이가 직접 고른 선물을 모으고 포장하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지만,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낀다”며 소감을 전했다. 김 사무총장은 “작년에 희망 선물로 장난감을 고른 아동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새 학기를 준비하며 책가방을 신청했을 때 아이의 성장을 실감할 수 있어 더욱 뿌듯했다”며 아이들의 성장을 함께 느끼는 기쁨을 드러냈다.

월드휴먼브리지 대표인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는 “차일즈 크리스마스 위시 사업이 아이들에게 작은 희망과 격려가 되고 희망찬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발판이 되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나눔을 통해 더 많은 아이에게 따뜻한 사랑의 온기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월드휴먼브리지는 2009년 설립된 국제구호개발 NGO다. 큰 규모를 지향하는 대신 투명한 운영과 신뢰를 구축에 힘쓰고 있다.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한다는 목적 아래 교단을 넘어서 다양한 교회들이 참여하고 있다.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엄마와 아이를 돕는 ‘모아사랑’, 17세 미만 어린이들의 교육·건강·안전을 지원하는 ‘아이LOVE’, 청년들의 꿈을 응원하는 ‘CheerUp청년’, 취약계층 환자들에게 의료비와 병간호비를 지원하는 ‘희망충전’, 어르신을 위한 ‘시니어케어’, 전 세계 소외된 이웃을 돕는 ‘이웃나라 나눔+’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