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韓 대행 탄핵 ‘기어 변속’… 헌법재판관 임명 압박 의도

입력 2024-12-25 00:00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쌍특검’(내란 특검·김건희 특검) 법안을 이날 회의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 김지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즉각적인 탄핵 절차에 돌입할 태세를 보이더니 ‘기어 변속’을 했다. 한 권한대행 직무를 정지시키기 보다 탄핵소추 카드로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는 쪽이 실효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제1야당이 탄핵 문제를 정략적으로 접근하며 그 사유와 기준도 필요에 따라 바꾼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앞서 한 권한대행에게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 내란·김건희 특검법 공포, 헌법재판관 신속 임명 3가지 사항을 요구하며 24일을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 특검법 상정 등을 하지 않으며 민주당 요구에 불응했다.

민주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연 뒤 만장일치로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1시간여 만에 탄핵을 유보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에 대한 임명 동의가 이뤄졌을 때 한 권한대행이 즉시 임명할지 여부를 지켜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3개 요구 사항이 모두 거부되는지를 확인한 다음 탄핵안 발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마지막 기회임을 강조했다. 결국 민주당의 현재 행보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신속한 선고를 위한 ‘빌드업’에 맞춰져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민주당이 오락가락한 배경으로는 총리실의 ‘공지’가 꼽힌다. 한 언론에서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내용을 보도하자, 총리실 측은 오후 4시쯤 “헌법재판관 임명 불가 입장을 정한 사실이 없다”고 기자단에 알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의총 뒤에도 고민을 거듭했다”며 “총리실 공지와 당내 신중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다만 의총에서 당론으로 정한 사안을 지도부가 갑작스럽게 뒤집은 데 대해 내부에서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되면 민주당에서 경쟁자가 생겨 이 대표가 불안하다”며 “이렇게 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한두 달 안에 (탄핵심판을) 끝내려고 무리수를 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선을 통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덮어버리겠다는 심산이다. 정부를 실질적으로 와해해 대선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어보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야당의 ‘릴레이 탄핵’에 대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장관 5명을 탄핵하면 국무회의 의결을 못 한다고 동시 탄핵 가능성까지 시사했다”며 “국정 마비를 넘어 국정 초토화를 노골적으로 선언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현재의 혼란 상황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동시에 이에 대한 책임이 한 권한대행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다. 우 의장은 “한 권한대행이 특검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다시 논의하자고 할 게 아니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정식으로 국회에 보내면 될 것”이라며 “권한대행이 판단을 미루기 위해 명백한 국민의 요구를 견해 충돌이라고 왜곡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우 의장은 특히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것을 정치 협상의 대상으로 삼을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판 구자창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