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린 자영업자의 소득과 신용도가 낮아지면서 저소득·저신용 차주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 자영업자 차주들의 소득과 신용이 계속 떨어진 결과다. 특히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인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1.55%로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 차주는 각각 49만4000명, 23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각각 1만5000명, 3만2000명 증가한 수치다. 전체 자영업자 차주 가운데 비중은 여전히 고소득·고신용자가 가장 크지만 저소득·저신용자 비중은 올 들어 각각 0.5%, 1.0% 증가했다.
유형별로 보면 기존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 차주가 신규 사업자 대출을 일으킨 경우는 줄었다. 반면 중소득·중신용 이상이던 차주가 저소득과 저신용으로 떨어진 경우는 각각 2만2000명, 5만6000명 순증했다. 즉 기존 자영업자 차주들의 전반적인 소득·신용도 하락이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 차주 증가의 원인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올해 3분기 말 전체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도 1.70%로 상승했다. 지난 2015년 1분기(2.05%) 이후 9년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특히 취약 자영업자 차주의 대출 연체율은 11.55%에 달했다. 지난 2013년 3분기(12.02%)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다. 2022년 2분기 1%대 저금리 효과에 3.96%에 머물던 취약 자영업자 차주 연체율은 상승세로 전환한 뒤 꾸준히 올라갔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최근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 차주가 증가한 점에 유의해 이들의 채무상환 능력을 면밀히 점검하고 선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와 금융 당국을 향해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에 대한 ‘자금 지원’과 회생 가능성이 낮은 자영업자에 대한 ‘채무조정 및 재기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또 역성장, 집값 하락 등 우리 경제가 큰 충격을 받으면 연체 가구 비중이 2배가량 증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성장률(-0.5%), 실업률(3.6%), 주택 가격(-5.4%)이 조정될 경우 연체 가구 비중은 지난해 2.5%에서 2026년 5.1%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대출 수준이 높거나 자영업·일용직·고령 가구일수록 연체 가구 비중이 더 크게 상승할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가계부채에서 거시경제 충격에 민감도가 낮은 고정금리·은행권·주택담보대출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연체 가구가 증가하더라도 은행 및 비은행 예금취급 기관의 평균 자본 비율은 여전히 규제 수준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돼 시스템 위험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한은은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 효과로 연간 총 11조3000억원의 이자 부담이 줄 것으로 추산했다. 가계대출에서 3조9000억원, 기업대출에서 7조3000억원 이자 경감 효과가 기대됐다. 한은은 “10월 이후 은행 여·수신 금리 변동 폭이 제한적이었던 것은 올해 장단기 시장금리가 통화정책 기조 전환 기대를 선반영했기 때문”이라며 “대출이자 경감 효과는 내년에도 단기금리와 연동된 변동금리 대출을 중심으로 추가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