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신성장 사업 가운데 하나로 내세워 온 롯데헬스케어를 청산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낙점하며 공을 들였지만 3년 만에 별다른 성과 없이 접게 됐다. 오너 의지가 담긴 신사업이 맥없이 철수됐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무리수가 아니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롯데헬스케어는 2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100% 자회사인 롯데헬스케어의 법인 청산을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청산 절차는 내년 상반기 중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룹 차원에서 최근 시장 환경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롯데헬스케어의 핵심 사업인 개인 ‘맞춤형 디지털 헬스케어’가 지속 성장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헬스케어는 2022년 4월 롯데지주로부터 700억원을 출자받아 설립됐다. 롯데헬스케어는 지난해 연결 포괄손익계산서 기준으로 8억3661만원의 매출을 거두고 228억9463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사업성을 검토할 만한 실적이라는 의견도 적잖다.
롯데헬스케어는 유전자와 건강검진 결과 분석에 따른 건강기능식품뿐만 아니라 맞춤형 식단, 건강관리 코칭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는 계획에서 시작했다. 신 회장은 2022년 12월 정기 임원 인사에서 이훈기 대표를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롯데헬스케어에 힘을 실었다. 이듬해 9월에는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CAZZLE)을 출시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15개월 안에 10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포부를 내세웠으나 오는 26일 캐즐 서비스는 종료된다.
롯데헬스케어의 이른 청산에 대해 업계 안팎에서는 ‘애초에 전략 설정을 잘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헬스케어 분야 특성상 명확한 캐시카우를 확보해 놓지 않은 경우 중장기적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당장 성과를 내기 힘든 사업이다 보니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서 정리됐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헬스케어사업은 성과나 이익을 빨리 창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초기 투자가 많이 필요하다”며 “당장 흑자를 내거나 현금 창출이 어렵다 보니 빨리 정리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고 했다.
롯데그룹 측은 ‘전략 수정’이라고 설명한다. 헬스케어 사업 대신 시니어타운, 푸드테크 분야로 선회한다고 설명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시니어 헬스케어로 선회를 하는 것도 전략적 수정으로 봐달라”며 “롯데헬스케어 법인을 청산할 뿐 헬스케어 분야 사업은 롯데그룹이 가진 인프라를 통해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