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24일 국무회의에 ‘쌍특검’(내란 특검·김건희 특검) 법안을 상정하지 않으면서 대신 국회를 향해 ‘여야 협상’을 요구했다. 2개의 특검법은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시한 하루 전인 오는 31일 국무회의에 올려질 것으로 보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그 이전 본회의에서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처리하면 당일 국무회의 주재는 최상목 부총리 겸 권한대행이 하게 될 수 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특검법 처리나 헌법재판관 임명처럼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을 현명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여야가 타협안을 토론하고 협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를 하는 쪽과 받는 쪽이 모두 공평하다고 수긍할 수 있는 법의 틀을 만들어내기 위해 여야가 노력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에 지금보다 한층 심한 불신과 증오가 자라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 권한대행은 또 “정치권의 협력과 국민의 이해 없이 정부 홀로 할 수 있는 일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며 “정치의 본령은 이견을 조정해 국민을 통합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의 요청은 그러나 민주당이 즉각 거부하면서 무위가 됐다.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 탄핵 절차를 밟겠다고 선언하자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대단히 유감”이라며 “앞으로 심사숙고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한 권한대행 체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믿음이 흔들리면 그것은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고,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 권한대행 직무가 정지될 경우 정부조직법에 따라 최 부총리가 권한대행을 이어받는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민주당 일각의 엄포대로 한 권한대행 외에 ‘장관 5명 무더기 탄핵’이 현실화될 경우 국무회의 자체가 마비 상태가 될 수 있다. 정치권에선 한 권한대행이 탄핵안 표결 전 자진 사퇴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사표를 수리할 수 있는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여서 스스로 사의를 처리하는 ‘셀프 수리’ 가능성이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