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내세운 권영세 ‘통합’ 강조했지만… ‘도로친윤당’ 비판도

입력 2024-12-24 19:01 수정 2024-12-25 00:13
국회에서 24일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권영세 의원이 나경원 의원과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권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이병주 기자

국민의힘이 난파 직전 상황에서 새로운 선장으로 ‘서울 5선’ 권영세 의원을 택한 것은 내부 통합과 안정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 의원을 권성동 원내대표와 함께 ‘투톱’으로 세워 12·3 비상계엄 선포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로 야기된 혼란 수습에 우선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비상계엄 사태로 여권에 대한 민심이 극도로 악화한 상황에서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권 의원과 권 원내대표가 당의 간판으로 서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2기 아바타 체제”라고 공세를 폈다.

권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 의원을 비대위원장 후보로 지명하면서 “당 사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을 여러 차례 맡아왔으며 법조인과 외교관 경험을 바탕으로 당 안팎에서 많은 기여를 했다”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인 권 의원은 16대 국회 때인 2002년 서울 영등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처음 당선된 뒤 18대까지 내리 3선을 했다. 이후 2020년 21대 총선부터 용산으로 지역구를 옮겨 22대에서도 재선에 성공했다.

권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과 2022년 20대 대선에서 당 사무총장을 맡아 선거 승리를 견인했다. 현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 박근혜정부에서 주중 대사를 지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그만둔 뒤인 2021년 7월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입당을 끌어냈다. 친윤계로 꼽히긴 하지만 의정 활동에서 계파색을 잘 드러내지 않고 동료 의원들 사이 신망도 두터운 편이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비대위원장 물망에 올랐던 다른 중진들보다는 권 의원이 ‘자기 정치’ 대신 당을 위해 헌신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권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쇄신이 이뤄질 수 없다”며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권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화합과 쇄신, 능력을 두루 고려해 구성할 것”이라며 “(비대위 인원을) 많이는 안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당헌에는 당연직인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을 포함해 비대위를 최대 15명까지 구성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현 정부 들어 있었던 네 번의 비대위 체제가 7~11명 규모로 구성됐던 점을 고려하면 ‘권영세 비대위’ 역시 이와 비슷한 규모일 것으로 보인다.

권 의원과 권 원내대표가 탄핵 정국에서 국민의힘을 이끌게 되면서 ‘도로친윤당’으로 회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권·권 체제’의 등장은 국민의힘 스스로 윤 대통령과 운명공동체를 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의식한 듯 지도부에서도 “친윤이 아니라 경험자를 재소환한 것”(박수민 원내대변인)이라는 설명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권 의원의 비대위원장 취임과 함께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기로 했다.

권 의원은 지명 일성으로 ‘안정과 통합’을 내세웠지만 당내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 간 내홍이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하다. 탄핵 찬성파인 조경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 (당을) 분리하는 게 비대위원장으로서 첫 번째 책무”라며 “계엄을 옹호하는 정당의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욱 의원도 “윤 대통령의 제명·출당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선 구자창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