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소비심리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이후 가장 급격히 얼어붙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1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급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동향조사의 6개 지표(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를 토대로 산출한다. 지난해까지 10년간 장기 평균을 100으로 놓고 이보다 낮아지면 소비심리가 나쁜 것으로 해석한다.
12월 하락 폭은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되던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최대다. 지수 자체도 레고랜드 사태가 있었던 2022년 11월(86.6) 이후 최저 수준이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우리나라 수출 둔화 우려에 더해 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낙폭을 키웠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얼마나 빨리 해소되고 안정을 찾아가느냐에 따라 소비심리 회복 속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부 지표 중에선 현재경기판단과 향후경기전망이 가장 나빠졌다. 각각 지난달 70에서 52로, 74에서 56으로 18포인트씩 떨어졌다. 생활형편전망은 86으로 전월보다 8포인트, 가계수입전망은 94로 6포인트 하락했다. 현재생활형편은 지난달 91에서 87로 떨어졌다. 소비지출전망은 102로 100을 넘겼으나 전월보다 7포인트 낮아졌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6포인트 하락한 103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119) 정점을 찍은 뒤 가계대출 규제 영향으로 3개월 연속 하락세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전망인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9%로 지난달보다 0.1% 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5월부터 하락세를 보였지만 환율 급등,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인해 상승세로 전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는 지난 10~17일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다만 90%가량의 응답이 2차 탄핵소추안 가결일인 14일 이전에 취합돼 가결 이후의 변화는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