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한국의 계엄과 탄핵 사태로 연기됐던 양국 간 주요 외교안보 일정을 신속하게 전면 재개하기로 했다. 양국은 한국 정치 상황을 오판한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연합 방위태세를 더욱 굳건히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방미 중인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은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과 회담하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외교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김 차관과 캠벨 부장관은 회담에서 양국 간 향후 고위급 교류 일정을 협의했으며 주요 외교안보 일정을 가능한 한 신속하고 상호 편리한 시점에 개최키로 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 및 도상 연습,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 등 대부분 일정을 연기했다.
김 차관은 회담에서 한국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굳건한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의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여러 정치 상황 속에서도 한국의 민주주의와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흔들림 없는 지지와 신뢰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에 이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관련해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아래에서 정부는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의 일은 헌법과 법치에 의한 민주적 절차를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의 신행정부 출범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한·미동맹 발전은 물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양국 간 소통과 공조의 중요성이 차기 행정부에도 잘 인수인계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캠벨 부장관은 회담에서 미국은 한 권한대행의 리더십과 한국 민주주의의 복원력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밝혔으며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굳건한 지지와 철통같은 대한국 방위 공약을 재확인했다. 그는 회담 전 공개 발언에서도 “한국에 대한 강한 신뢰, 한국의 민주주의와 헌법에 대한 깊은 믿음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차관과 캠벨 부장관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과 관련, 북·러 간 불법 군사협력을 저지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지속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한·미가 외교안보 일정을 완전 재개키로 한 것은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리스크 관리라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해관계와 계엄 사태에 따른 안보·경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한국 측 입장이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