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장에 5선 권영세 의원을 지명했다. 권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입당을 이끌고 현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내 ‘원조 친윤’으로 꼽힌다. 계엄 사태 이후 대표적 친윤계인 권성동 원내대표를 선출한 데 이어 탄핵소추 이후 한동훈 대표를 쫓아낸 자리마저 이렇게 채우면서 국민의힘은 명실상부한 ‘친윤당’의 모양새를 갖게 됐다. 탄핵 정국에서 당의 안정을 위한 선택이라지만, 그것이 누구를 위한 안정인지, 일부 강성 지지층에 기대 배지를 지키려는 의원 개개인의 욕구를 당의 안정이란 말로 포장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지고 3주가 지나는 동안 국민의힘, 특히 친윤계 의원들은 내란 혐의가 적용된 엄중한 상황을 뭉개고 넘어가려는 행태를 보여 왔다. 국회에서 계엄을 해제하는 절박한 순간에 나타나지 않았고, 계엄이 잘못된 거라면서 대통령 탄핵소추에 반대하는 모순적 대응을 고집했으며, 탄핵안이 통과되자 ‘배신자 축출’을 외치면서 당권을 거머쥐었다. 국회에 무장 군인을 보내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던 경제와 국격을 하루아침에 망가뜨린 일이었다. 대통령의 치명적 일탈에 책임을 통감해야 할 집권당인데, 아직까지 국민에게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이 당직을 꿰차고 앉아 ‘계엄 옹호당’의 오명을 자초하고 있다.
지금 국민의힘이 할 일은 비상계엄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정리하는 것이다.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권이 있네, 없네 하는 기술적 논쟁에 앞서 이 사태의 원인인 계엄을 국정 책임 정당으로서 어떻게 판단하는지 국민에게 밝히고 진정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그것이 선행돼야 협치가 불가피한 권한대행 체제의 국정을 안정적으로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지난 3주 동안 국민의힘은 민심과 동떨어진 선택으로 일관했다. 여기서 국민과 더 멀어진다면 미래를 기약할 여지마저 사라져 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