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트럼프의 영토 욕심

입력 2024-12-25 00:40

미국의 국토 면적은 세계 3위다. 이는 거저 주어진 게 아니다. 독립 당시 13개 주로 출발한 미국은 전쟁, 구입 등으로 덩치를 야금야금 키웠다. 1803년 방대한 루이지애나 지역을 1500만 달러를 주고 프랑스로부터 사들여 영토를 두 배 가량 늘린 게 시작이었다. 1819년에 플로리다를 스페인으로부터 양도 받았고 1840년대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지역을 멕시코와의 전쟁 끝에 얻어냈다. 멕시코령의 애리조나 남부, 뉴멕시코 남부는 1000만 달러에 샀다.

영토 확장의 백미는 알래스카다. 1867년 미 국무장관 윌리엄 수어드는 크림전쟁으로 재정난에 빠진 러시아에 720만 달러를 주고 한반도 면적의 7배에 달하는 알래스카를 매입했다. 당시 여론은 “쓸모 없는 얼음덩어리를 비싼 돈 주고 샀다”며 ‘수어드의 바보짓(Seward’s Folly)’이라 비난했다. 30년 후 알래스카에 금광, 석유 등이 발견되며 ‘미 역사상 최고의 거래’로 반전됐다. 오늘날 ‘수어드의 바보짓’은 당장은 무모해 보이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탁월한 안목이란 의미로 쓰인다.

수어드는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도 사려고 했고 캐나다와 멕시코를 미국에 편입시키려 하던 팽창주의 신봉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제2의 수어드를 꿈꾸는 듯싶다.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고 싶다는 운을 띄우더니 최근 SNS에 덴마크령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도 미국 것으로 삼고 싶다고 언급해 해당 국가를 발칵 뒤집어놨다.

뉴욕타임스는 부동산 개발업자가 돌연 세계 최고의 군사력과 협상력을 가지면서 드러낸 본능이라고 비꼬았지만 트럼프 성향상 고도의 노림수 아닐까 싶다. 그린란드는 막대한 자원의 보고이자 중국, 러시아를 견제할 전략적 요충지다. 파나마 운하 입질 역시 통행료를 명분으로 파나마 정부의 친중국 행보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리적 특성상 한국이 타깃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하지만 미·중 갈등으로 엉뚱한 분야에서 우리의 선택을 요구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취임 전부터 트럼프의 입에 세계가 떨고 있다.

고세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