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23일 여야 대표를 잇달아 만난 자리에서 국회의 12·3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에 대해 “대한민국 민주주의 회복력”이라고 평가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는 계엄 사태에 대해 단명한 어조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내년 1월 주한미국대사 퇴임을 앞두고 이날 송별 인사 성격으로 여야 대표를 예방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정치권 상황과 관련해 “21세기에 저희가 상상하기 어려운 비민주적 상황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퇴임 후에도) 한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여러 사안에 대해 긴밀하게 뉴스를 보면서 따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약간의 아쉬움과 슬픔도 갖고 제가 이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한국에 급작스러운 일이 발생했는데, 미국이 동맹의 일원으로서 동맹의 핵심가치인 민주주의와 법치의 회복에 관심을 가져주고, 신속하게 (이를 지지하는) 입장을 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는 ‘비민주적 상황’에 대한 발언을 삼갔다. 대신 “권 권한대행의 리더십이 정치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매우 막중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권 권한대행은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으로서 한·미 관계에 공백이 없도록 정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권 권한대행을 만난 뒤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우리는 매우 분명하게 한국민에 대한 지지와 헌법적, 민주적 절차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왔다.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계엄에 대한 한국 국회의 대응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최근 몇 주간 국회, 그리고 국회의원, 국회의장이 민주헌법적 절차를 수호하고 한국이 직면한 여러 시급한 현안에 대한 국가적 논의를 주도하며 핵심적 역할을 해 주신 것을 고무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사당에 오니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보여준 그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기게 된다”고 말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반도와 그 너머 지역에서 평화와 번영을 보장해온 한·미 동맹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공약을 재확인할 것”이라며 “양국 협력의 혜택을 가져다주는 통상 및 투자도 지속해서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