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생물보안법’ 연내 통과 불발… 中 바이오, 다시 기지개

입력 2024-12-25 02:01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의회에서 논의되던 대 중국 바이오 규제인 생물보안법의 연내 통과가 불발되면서 내년 연장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의 표적이었던 중국 바이오 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중단했던 미국 내 공장 건설을 재개하는 등 기지개를 켜고 있다. 법안 통과를 기대하며 중국 기업의 빈자리를 노리던 한국 바이오 기업들은 셈법이 복잡해졌다.

24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 생물보안법은 2025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2025)에서 제외됐고, 필수 법안 예산지속결의안에도 포함되지 않으면서 올해 통과가 불가능해졌다.


올해 초 발의된 이 법안은 중국 바이오 기업들의 미국 내 사업 제한을 골자로 한다. 미국인 유전자 데이터와 바이오 기술이 중국 정부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조치로,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바이오 분야로 확산하는 흐름에서 추진됐다.

우려 대상 기업에는 중국 최대 유전체 회사 베이징유전체연구소(BGI)와 그 계열사인 MGI 및 컴플리트 지노믹스, 위탁연구개발생산(CRDMO) 서비스 업체인 우시앱텍과 그 계열사인 우시바이오로직스가 명시된 바 있다.

올해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의 지지를 받아 통과 가능성이 컸던 생물보안법은 민주당 일부 의원과 공화당 랜드 폴 상원의원 등 일부 주요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민주당 매사추세츠주 짐 맥거번 하원의원은 “특정 회사의 이름을 밝히면 그 회사는 이름을 바꾸고 재편입해 제재를 피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공식 조사나 절차 없이 특정 회사를 규제 대상 기업으로 지정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2020년부터 매사추세츠주에 3억 달러(약 4350억원)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공장을 건설 중이다. 2020년부터 주·시 정부로부터 세금 공제·감면 혜택 등을 받아 착공한 이 공장은 생물보안법이 통과가 유력해진 지난 6월 공사를 멈췄다가 법안 통과가 불투명해진 이달 들어 재개됐다.

중국 바이오기업들이 미국 내 로비활동을 강화하면서 법안 무력화에 성공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우시앱텍과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올해 2분기부터 미국 법인에서 적극적인 로비활동을 시작했다. 우시가 최근 1년간 쓴 로비 금액은 누적 125만 달러(약 1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입법을 위한 논의가 이어지더라도 규제 대상 기업 지정·해제 절차 등 논란이 됐던 조항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법안을 반대했던 랜드 폴 의원이 상원 국토안보위원장 자리에 오르면서 입법 절차는 더 험난해질 것이란 우려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원료의약품 공급 차질과 생산비 증가로 의약품 가격 인상을 불러와 자국민 의료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찬성파에는 부담이다.

생물보안법 통과로 반사이익을 기대했던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업계는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기업에 의존하던 글로벌 제약사들은 미국, 유럽, 한국 등의 기업으로 거래처를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법안 연내 통과는 어려워졌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내년 다수당이 되는 공화당에서 생물보안법을 추진해온 만큼 기회는 남아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의약품 시장이 매년 성장하고 있고 CDMO 시장도 함께 커지고 있어 기회는 남아있다”며 “인도·일본·유럽 등 경쟁국 기업들의 대응 전략을 분석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연구·제조 역량 확보와 소재·부품·장비 공급망 고도화로 글로벌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