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민간인 신분의 노상원(사진) 전 정보사령관이 계엄 선포 직후 군내 자신이 지휘하는 별동대를 꾸리려 한 정황을 포착했다. 노 전 사령관이 이른바 햄버거집 회동을 통해 논의한 ‘수사 2단’ 운영 구상 및 실행 혐의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경찰은 수사 2단이 부정선거 의혹을 확신하는 노 전 사령관 등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을 위해 구상한 조직으로 본다. 노 전 사령관이 포고령 작성부터 계엄 실행 및 유지까지 사실상 주도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전현직 군 관계자들과 지난 1일과 3일 햄버거집에서 두 차례 만나 수사 2단 설치를 논의했다. 수사 2단은 계엄 발령 이후 구성되는 합동수사본부와 별도로 운영되는 조직이었다. 구체적 임무는 선관위 서버 확보였다. 부정선거 의혹을 규명한다는 명분이었다.
경찰은 지난 12일 국방부 압수수색을 통해 수사 2단과 관련된 일반명령 문건과 이에 근거해 작성된 인사 발령 공문을 확보했다. 이에 따르면 수사 2단은 3개의 부로 나뉘는데, 단장부터 부대원까지 총 60여명이 인사 발령 명단에 포함됐다. 경찰은 단장 등 구체적인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 1일 노 전 사령관과 햄버거집 회동을 한 정보사 김모·정모 대령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사령관이 계엄 준비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 왔다는 증거는 계속 나오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공관에서 단둘이 만나 계엄을 논의했다. 이후 노 전 사령관은 지난 1일 경기도 안산 자택 근처에서 1차 ‘햄버거 회동’을 꾸려 계엄 선포 직후 군의 선관위 부정선거 수사에 의견을 나눴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과 김 대령, 정 대령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선관위 장악에 북파공작부대(HID) 대원 등을 ‘체포조’로 동원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계엄 당일인 3일 노 전 사령관은 구삼회 제2기갑여단장, 김용군 전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장 등과 2차 햄버거 회동을 열었다. 제2기갑여단은 장갑차와 전차 등을 운용하는 부대다. 구 여단장은 계엄 당일 경기 성남시 판교 정보사 100여단 사무실에서 노 전 사령관 지시로 대기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노 전 사령관 등이 계엄 당시 탱크부대를 동원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들의 계엄 논의가 그 이전부터 이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정 대령은 경찰 조사에서 지난달 중순쯤 “노 전 사령관이 ‘공작 잘하는 인원 15명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존재는 경찰이 김 전 장관의 통화내역을 분석하던 중 드러났다. 김 전 장관과 노 전 사령관의 잦은 통화 기록에 의심을 품은 경찰은 결국 ‘계엄 비선 기획’의 실마리를 잡았다. 노 전 사령관은 1989년 김 전 장관이 수도방위사령부 제55경비대대 작전과장(소령)일 때 같은 부대에서 대위로 근무했다. 이런 근무 인연이 이어지면서 김 전 장관과 가까운 노 전 사령관이 계엄 준비의 핵심 역할을 맡을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 18일 구속돼 현재까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24일 노 전 사령관을 검찰에 구속 상태로 송치할 예정이다.
윤예솔 김용현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