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대상은 총리냐 권한대행이냐’… 여야, 탄핵 정족수 아전인수 해석

입력 2024-12-23 19:00 수정 2024-12-23 23:33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이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탄소중립 그랜드 얼라이언스 선언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를 놓고 여야가 헌법 해석 다툼을 벌이고 있다. 야당이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카드를 꺼내 들면서 벌어진 초유의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쌍특검’(내란 특검·김건희 특검) 법안을 공포하지 않으면 한 권한대행 직무정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현행 헌법 등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의결정족수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 한 권한대행의 법적 지위와 권한은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무총리로 중첩돼 해석론이 분분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 정족수’인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을, 더불어민주당은 ‘총리 탄핵 정족수’인 재적 의원 과반수를 각각 한 권한대행의 탄핵 의결 정족수로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을 총리 지위로 탄핵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 내용 역시 총리 시절 직무집행에 한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탄핵소추안 단독 의결이 가능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23일 “논란이 있을 수 있어 대통령 권한대행 이전인 총리 시절의 사안만 탄핵소추안에 넣었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민주당 주장을 뒷받침했다. 입법조사처는 이날 김한규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대통령 권한대행이 권한대행 취임 이전 총리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중에 탄핵사유가 발생할 경우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안 발의 및 의결 요건이 적용된다는 점에 대해 학계에서도 이론이 없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총리 시절인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만큼 내란 혐의에 연루돼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그러나 민주당 주장이 논리적 모순이라고 본다.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을 탄핵하려는 본래 이유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거부권 행사 등에 대한 것이어서 대통령 탄핵 의결정족수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탄핵한다는 것인가, ‘국무총리’로서 탄핵한다는 것인가”라며 “야당은 탄핵했어야 할 총리에게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를 맡겼다는 것인데, 난센스를 넘어 직무유기를 자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또 민주당이 지난 7월 이상인 당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에 대한 탄핵을 추진할 때 직전 직급인 ‘부위원장’이 아닌 ‘직무대행’ 지위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점도 언급했다. 한 권한대행 사례와 상충한다는 것이다.

헌법학계 입장도 모호하다. 헌법재판연구원장을 지낸 이헌환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탄핵 사유가 총리의 권한인지 대통령의 권한인지에 따라 의결정족수가 달라진다는 게 주된 해석론”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탄핵안이 총리 시절 사유에 국한하면 재적 과반이 의결정족수로 보인다”고 했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한 권한대행은 선출직이 아니다”며 “선거로 뽑힌 대통령의 탄핵 요건이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구자창 김판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