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닛산 2026년 8월 통합… 글로벌 자동차시장 재편

입력 2024-12-24 00:16
우치다 마코토(왼쪽부터) 닛산자동차 사장, 미베 토시히로 혼다자동차 사장, 가토 다카오 미쓰비시자동차 사장이 23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 통합을 위한 기본 합의 내용을 밝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2·3위 자동차기업인 혼다와 닛산의 합병이 본격화한다. 합병 시점은 2026년 8월이다. 혼다와 닛산 브랜드는 각각 유지하지만 양사는 상장 지주회사에 편입되는 식으로 진행된다. 세계 3위 완성차 기업이 새롭게 탄생하게 됐다.

미베 토시히로 혼다 자동차 사장과 우치다 마코토 닛산 자동차 사장은 23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 통합을 본격적으로 협의하기 위해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닛산이 최대 주주인 미쓰비시 자동차의 합류도 내년 1월 말 참여를 목표로 검토 중이다.

합병은 2026년 8월까지 지주회사를 설립해 두 회사가 흡수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양 사는 내년 6월 합병 최종 계약을 마무리하고, 2026년 지주사 편입을 위한 주식 상장 폐지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영 주도권은 혼다가 갖는다. 신설되는 지주회사의 신임 최고경영자(CEO)를 혼다에서 지명하기로 했다. 지주회사의 사내·사외이사는 각각 과반수를 혼다가 지명한다.

양사는 합병을 통해 전기차,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 등을 함께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미베 사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합병 후 매출은 30조엔 이상, 영업이익은 3조엔으로 세계를 대표하는 리딩 컴퍼니로 탈바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양사의 통합이 마무리되면 세계 3위 자동차업체가 탄생하는 셈이다. 혼다와 닛산의 연간 자동차 판매량은 각각 398만대, 337만대로 세계 완성차 기업 중 7위와 8위에 올라 있다. 합산 판매량은 735만대로 수치만 따지면 일본 토요타자동차그룹(1123만대), 독일 폭스바겐그룹(923만대)에 이어 세계 3위다. 여기에 미쓰비시 자동차(78만대)가 합류하면 813만대로 늘어난다.

업계에선 두 회사의 결합이 연구개발 비용 절감, 생산설비 확대 측면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특히 혼다가 하이브리드차량 양산에, 닛산이 전기차 기술 개발에 주력해온 만큼 친환경차 라인업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경영 통합만으로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로의 장점이 다른 만큼 실질적인 통합이 진행되면서 윤곽이 드러나야 시너지 등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의 기업 문화 차이가 워낙 크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혼다는 ‘기술제일주의’ 이념 아래 기술 개발을 중심으로 성장해왔고, 닛산은 효율성을 우선시해왔다.

스텔란티스그룹의 사례를 거론하며 합병 이후 글로벌 3위 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2020년 7월에 크라이슬러와 PSA가 합병하며 탄생한 스텔란티스는 합병 전 글로벌 판매 800만대에 달했지만, 합병 후인 지난해 610만대로 23%나 줄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단순히 몸집을 키우기보다는 내실이 중요하다”며 “두 업체가 합병 이후 어떤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