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서류를 8일째 받지 않고 있지만 헌법재판소는 서류가 지난 20일 정상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고 재판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서류 송달 효력이 발생하면서 오는 27일 첫 변론준비기일은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나 윤 대통령 측은 법률대리인 선임계도 내지 않고 있다. 첫 준비기일이 공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천재현 헌재 부공보관은 23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에 대한 서류는 형사·민사소송법에 따라 지난 19일 ‘발송 송달’을 실시했다”며 “발송 송달 효력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소송 서류가 송달 장소에 도달된 때 발생한다. 서류를 실제 수령하지 않아도 효력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지난 16~19일 탄핵심판 접수 통지 및 답변요구서 등을 우편·인편·전자공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윤 대통령 측에 발송했다. 지난 19일 세 번째로 재발송한 서류는 다음 날 관저에 도착했으나 대통령 경호처가 수취를 거부했다. 헌재는 관저에 도달한 20일을 기준으로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9일 열린 재판관 평의에서 이 같은 방침이 논의됐다.
형사소송법상 형사 절차에서 ‘폐문부재’(문이 잠겼고 사람이 없음)로 송달이 되지 않으면 각종 서류를 우편으로 보낼 수 있다. 이진 헌재 공보관은 “재판부에서 여러 상황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발송 송달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서류를 수령하지 않는 상황에서 발송 송달로 효력을 인정한 것은 헌재가 절차를 신속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송달일로부터 7일 이내’인 오는 27일까지 헌재에 답변서를 내야 한다. 헌재는 윤 대통령에게 ‘24일까지 비상계엄 관련 국무회의 회의록과 포고령 1호를 제출하라’는 준비명령도 발송한 상태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이 답변서 등을 제때 낼지는 미지수다. 탄핵심판에 임할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 구성도 완료되지 않아 27일 첫 준비기일에 윤 대통령 측이 출석할지도 불투명하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27일까지 답변서를 낼 것인지’ 묻는 기자들에게 “국회에서 탄핵소추된 지 열흘도 되지 않았다”며 “(윤 대통령은) ‘대통령과 변호인의 충분한 소통 등이 진행된 다음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헌재 헌법연구부장을 지낸 김승대 전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준비기일은 변호인만 나와도 되는 절차”라면서도 “윤 대통령 측 대리인과 국회 측 대리인 양측이 모두 출석해야 준비 절차를 진행할 텐데 한쪽이 안 나오면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지난 18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 탄핵 사건 첫 변론준비기일을 열었으나 국회 측이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3분 만에 종료됐다.
이 공보관은 윤 대통령 측이 불출석하거나 서류 제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대해 “수명재판관이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민 양한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