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연 전략 안 먹혔다… 헌재 “탄핵심판 서류 20일 송달 간주”

입력 2024-12-23 19:02
우체국 우편 배송 차량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 서 있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서류를 수령하지 않은 상황과 관련해 정상적으로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고 재판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서류를 8일째 받지 않고 있지만 헌법재판소는 서류가 지난 20일 정상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고 재판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서류 송달 효력이 발생하면서 오는 27일 첫 변론준비기일은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나 윤 대통령 측은 법률대리인 선임계도 내지 않고 있다. 첫 준비기일이 공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천재현 헌재 부공보관은 23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에 대한 서류는 형사·민사소송법에 따라 지난 19일 ‘발송 송달’을 실시했다”며 “발송 송달 효력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소송 서류가 송달 장소에 도달된 때 발생한다. 서류를 실제 수령하지 않아도 효력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지난 16~19일 탄핵심판 접수 통지 및 답변요구서 등을 우편·인편·전자공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윤 대통령 측에 발송했다. 지난 19일 세 번째로 재발송한 서류는 다음 날 관저에 도착했으나 대통령 경호처가 수취를 거부했다. 헌재는 관저에 도달한 20일을 기준으로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9일 열린 재판관 평의에서 이 같은 방침이 논의됐다.

형사소송법상 형사 절차에서 ‘폐문부재’(문이 잠겼고 사람이 없음)로 송달이 되지 않으면 각종 서류를 우편으로 보낼 수 있다. 이진 헌재 공보관은 “재판부에서 여러 상황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발송 송달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서류를 수령하지 않는 상황에서 발송 송달로 효력을 인정한 것은 헌재가 절차를 신속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송달일로부터 7일 이내’인 오는 27일까지 헌재에 답변서를 내야 한다. 헌재는 윤 대통령에게 ‘24일까지 비상계엄 관련 국무회의 회의록과 포고령 1호를 제출하라’는 준비명령도 발송한 상태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이 답변서 등을 제때 낼지는 미지수다. 탄핵심판에 임할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 구성도 완료되지 않아 27일 첫 준비기일에 윤 대통령 측이 출석할지도 불투명하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27일까지 답변서를 낼 것인지’ 묻는 기자들에게 “국회에서 탄핵소추된 지 열흘도 되지 않았다”며 “(윤 대통령은) ‘대통령과 변호인의 충분한 소통 등이 진행된 다음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헌재 헌법연구부장을 지낸 김승대 전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준비기일은 변호인만 나와도 되는 절차”라면서도 “윤 대통령 측 대리인과 국회 측 대리인 양측이 모두 출석해야 준비 절차를 진행할 텐데 한쪽이 안 나오면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지난 18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 탄핵 사건 첫 변론준비기일을 열었으나 국회 측이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3분 만에 종료됐다.

이 공보관은 윤 대통령 측이 불출석하거나 서류 제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대해 “수명재판관이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민 양한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