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국회에 출석한 경찰 간부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사살’ 등 표현이 담겨 있다고 공개 증언했다. 방첩사령부가 계엄 당일 경찰에 ‘체포조’를 안내할 인력을 요청했다는 진술(국민일보 12월 23일자 1면 참조) 역시 재확인됐다. 야당에 대한 경고성 계엄이었다는 윤석열 대통령 측 논리와 정면 충돌하는 지점이다.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노 전 사령관 수첩에서) ‘북의 공격 유도’ ‘국회 봉쇄’ 등의 표현이 나오고, ‘수사2단’ 인사안까지도 나온 것이 맞느냐”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메모에 그런 내용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답했다. 북한 공격 유도와 관련해선 ‘오물풍선’이란 단어가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고도 덧붙였다.
메모에 ‘사살’이 적혀있었던 점도 드러났다. 윤 의원이 “(수첩은)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등에 대해 수거 대상이라고 표현했는데 사살이라는 표현이 있었느냐”고 묻자 우 본부장은 “말씀하신 것이 거의 저희가 조사한 사실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노 전 사령관은 햄버거 집에서 현직 정보사령관과 군인들을 모아서 내란을 모의했던 자로 의심받고 있다”며 “그 수첩에서 사살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우리가 이런 것도 내란이라고 말을 못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이 ‘체포’를 명시적으로 거론하며 경찰에 지원을 요청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현일 경찰청 수사기획계장은 지난 3일 밤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인 구모 중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국회 쪽으로 출동하는데 체포 인력이 온다. 현장이 혼란스러우니 안내할 인력이 필요하다. 5명의 명단을 달라’ 요청이 왔다”고 밝혔다.
다만 본인은 물론이고 실제 해당 명단에 이름을 올린 형사들 역시 군의 체포에 가담하려 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길 안내 요청으로 이해해 현장에 대기 중이던 형사 일부의 명단을 보냈다는 것이다.
경찰 측은 이에 앞서 역시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100명 파견’의 경우 명단만 작성하고 외부로 전달하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80명가량의 수사관이 사무실에서 대기했던 것은 맞지만, 이는 계엄 당시 발령된 경계 강화의 일환이었다고도 설명했다.
야당에선 대통령실을 향한 경찰 수사가 미진하다는 질책이 나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주말 새 있었던 전국농민회총연맹의 ‘트랙터 시위’를 거론하며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그만큼 경력을 동원하지 그랬느냐. 빈틈없이 해달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우 본부장을 비롯해 참고인인 경찰 고위 간부들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것을 두곤 “이례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경찰 출신인 이상식 민주당 의원은 “잠재적 경쟁 기관인 경찰을 흔들고 흠집내려는 시도”라며 “검찰이 수사 방해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위원회 차원에서 결의문을 채택해 달라”고 요구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