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 수첩서 ‘NLL 北 공격 유도’ 확인

입력 2024-12-23 18:53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연합뉴스TV 제공

경찰이 12·3 비상계엄 사태의 ‘비선 기획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자필 수첩에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라는 문구가 적시된 것을 확인했다. 노 전 사령관 등이 북풍(北風)을 연출해 계엄을 선포하려 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수첩에는 정치인, 언론인, 판사 등을 언급하며 ‘수거 대상’ ‘사살’이라는 표현도 적혀 있었다. 이 수첩이 계엄 전모를 밝히는 결정적 단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찰이 확보한 손바닥 크기로 60~70쪽 분량의 노 전 사령관 수첩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특수단 관계자는 “수첩에 ‘NLL에서 북의 공격 유도’라는 표현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계엄 세력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큰 지역인 서해 NLL에서 군사 충돌 상황을 유도해 의도적으로 계엄 실행 조건을 만들려고 했는지 수사 중이다.

북한의 도발을 기획하려 했다는 의혹이 확인된다면 이에 가담한 군 관계자 등에게는 내란죄뿐만 아니라 외환죄 적용도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외환죄는 외국을 향해 자국에 무력 행사를 하도록 유도하는 등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범죄다.

경찰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해 외환죄 중 하나인 일반이적죄 혐의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준 사람에게 적용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일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을 경찰에 고발했다. 평양 무인기 침투와 오물 풍선 원점 타격 지시 등으로 북한과의 국지전을 도모하려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실제로 오물 풍선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노 전 사령관 수첩에는 정치인과 언론인, 종교인, 노조, 공무원 등이 ‘수거 대상’으로 적시됐다. 일부 실명도 있었다. 경찰은 수거 대상이란 표현이 체포 대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첩에는 계엄 선포 이후 이들에 대한 수용과 처리 방법도 담겨 있었다.

수첩에는 ‘사살’이라는 말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우종수 국수본부장은 이날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노 전 사령관 수첩에 사살이라는 표현이 있었느냐’는 민주당 윤건영 의원의 질의에 “사실과 부합한다”고 답했다.

수첩에는 또 비상계엄과 관련해 ‘국회 봉쇄’ 등 계엄 실행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이 다수였다. 다만 계엄 포고령에 관한 내용은 발견되지 않았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