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23일 “대구시장 졸업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대선이 조기에 치러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찌감치 워밍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홍 시장은 2017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19대 대선에서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홍 시장은 “Nomad(유목민) 인생이다. 태어나서 23번째 이사한 게 대구”라며 “돌고 돌아 제자리로 왔다고 생각했는데 또 이사 가야 한다는 생각에 연말이 뒤숭숭하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이어 “어차피 대구시장은 4년만 하고 졸업하겠다는 생각으로 ‘대구혁신 100플러스1’을 압축적으로 추진하고 있었는데 그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조급해진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홍 시장이 사실상 대권 등정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는 이날 지지자들과의 소통 플랫폼인 ‘청년의꿈’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에 대해 “늦어도 4월 중순이면 결론이 날 것”이라며 “모든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선 ‘두 용병’이라고 거리를 두는 한편 ‘탄핵 대선’에서 후보로 직접 뛰어봤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던 지난 14일 “이번 탄핵은 우리 당 두 용병이 탄핵된 것이지, 한국의 보수세력이 탄핵된 건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박근혜 탄핵 때 탄핵 대선을 치러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밖에 없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홍 시장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여파로 참패가 예상됐던 19대 대선에서 보수진영 후보로 출마해 24.03%의 득표율을 기록했었다.
홍 시장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에 강하게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를 두고 강성 보수층을 우군으로 확보해 당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행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다만 당내 비판 목소리도 적지 않다. 초선 우재준 의원은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대구시민과 당원들은 실의에 빠져 있다”며 “탄핵에 반대하신다던 홍 시장님은 누구보다 즐거워하시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박정훈 의원은 “탄핵 찬성파를 징계하라더니 이제는 탄핵 인용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벌써부터 마음이 들떠 있는 이분”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