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나마 운하 ‘회수’ 위협… 파나마 “1㎡도 안 돼” 발끈

입력 2024-12-23 18:4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2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보수단체 주최 행사에 참석해 무대에서 골프 스윙을 선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과거 미국이 파나마에 넘겨줬던 파나마 운하의 통제권을 회수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운하 이용료가 너무 비싸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전통적 우방국인 파나마는 “주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은 보수단체 ‘터닝포인트 USA’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개최한 ‘아메리카 페스트 2024’에 참석해 “파나마 운하는 다른 모든 곳처럼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며 “(운하는) 파나마에 넘겨졌지만 조건이 있다. 조건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반환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미국이 어리석게도 운하를 내줬다”며 “(바가지를) 참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운하가 잘못된 사람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겠다”며 파나마 운하에 대한 중국의 잠재적인 영향력도 경계했다. 로이터는 “중국은 파나마 운하를 통제하거나 관리하지는 않지만 홍콩에 본사를 둔 CK허치슨홀딩스의 자회사가 운하의 일부 항구를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나마 운하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최단 경로로 이으려던 미국에 의해 1914년 완공됐다. 운하를 포함해 인근 지역의 소유권과 관리권을 오랜 기간 미국이 보유해 왔다. 하지만 파나마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고 결국 미국은 1977년 토리호스-카터 조약 체결을 거쳐 1999년 파나마 정부에 운영권을 완전히 넘겼다.

트럼프의 발언에 파나마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운하의 모든 지역은 1㎡까지 파나마에 속한다”며 “우리나라의 주권과 독립은 타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운하 이용료에 대해서도 “변덕에 따라 정해지는 게 아니다. 시장 상황, 운영비 등을 고려해 전문가가 정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서 “두고 보자”고 대응했다. 또 수로에 성조기가 휘날리는 이미지와 함께 “미국 운하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조롱성 글도 올렸다.

트럼프가 영토 확장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집권 1기 때 덴마크령 그린란드 매입을 주장했다가 덴마크의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트럼프는 이날도 주덴마크 대사로 페이팔 공동 창업자 켄 하워리를 지명하면서 “전 세계의 안보와 자유를 위해 미국은 그린란드의 소유권과 지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날 터닝포인트 주최 행사에서 파나마 운하 외에도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의 빠른 종전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재차 내놨다.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능한 한 빨리 나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며 “그 전쟁은 끔찍하다.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실세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사실상 대통령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직접 반박했다. 머스크는 최근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가 합의한 임시예산안을 비판하며 연방 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위기를 키우기도 했다. 트럼프는 “머스크에게 대통령직을 넘겼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그럴 일은 없다. 난 똑똑한 사람을 두는 걸 좋아한다”며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생인) 머스크는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