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광진구 건대 와이낫카페로 들어가는 길목 곳곳엔 ‘예수님 탄생’ 기념 포스터와 배너가 걸려 있었다. 앞서 카페 근처 어린이대공원역 3번 출구 버스정류장에는 ‘예수님 2024번째 생일 축하해요!’ 문구가 담긴 전광판 광고도 보였다. 건물 입구를 따라 카페가 있는 지하로 내려가자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가 새겨진 핫핑크와 초록색 앞치마를 두른 스태프들이 반갑게 맞이했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가 준비한 ‘예수님 생일카페’다. CCC 디지털전략사역팀은 K팝 팬덤의 생일카페 문화에서 착안, 예수님 탄생이라는 크리스마스의 본래 의미를 충분히 나누고 알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카페 내부엔 예수님 전신판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부터 위트있는 퀴즈를 통해 성탄의 의미를 알아가는 ‘크리스마스 문제 풀기’ 코너, 방문객이 축하 메시지를 적는 ‘방명록 벽 꾸미기’ 코너 등이 다채롭게 준비돼 있었다. SNS 인증사진을 공유하는 ‘예수님 생일 소문내기’ 등 이벤트에 참여해 스탬프 3개를 모으면 젤라또 아이스크림, 한정판 굿즈 등의 선물도 받을 수 있다.
카페는 대성황이었다. 대기자가 많아 이용 시간이 1시간으로 제한돼 방문객들은 손목에 도착 시간을 기록한 팔찌를 착용했다. 홍다은(24) CCC 순장은 “첫날 106명이 참석한 이후 매일 방문객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중고등학생, 대학생, 외국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예수님 생일카페를 통해 복음을 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2월 25일이 단순한 연말 이벤트가 아니라 예수님을 기념하는 날이 되고, 전 세계가 예수님의 생일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카페엔 청주와 천안 등 먼 거리에서 방문한 청년, 지난해부터 2년 연속 카페를 찾은 고등학생 등 다양한 사연이 모였다. 이화여대 화공신소재공학과에 재학 중인 정다원(20)씨는 “교회는 다니지 않지만 과동기의 초청으로 함께 왔다”며 “독특하고 재밌는 개념의 팝업스토어 같은 느낌이라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었고 기회가 되면 또 와보고 싶다”고 말했다.
새로운 방식으로 성탄절을 기념하는 청년 크리스천들의 모습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성수역 근처에는 하루하루가 매일 크리스마스처럼 사랑이 가득하길 바라는 라이프스타일숍 에브리데이크리스마스(Everyday Christmas)가 크리스천아트숍 할렐루야(Hallelujah)와 함께 연 크리스마스 팝업스토어가 지난 21일부터 열렸다. 오는 25일까지 여는 이곳 팝업스토어 공지 인스타 게시물에 함께 방문하고 싶은 친구를 댓글로 태그하면, 매장 인기제품 중 하나를 선물로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된다. SNS에서는 크리스천 남매가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CCM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는 브이로그, 청년들이 캐럴을 부르는 영상 등이 인기를 끌며 자유롭고 재밌는 성탄 즐기기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히는 분위기다.
홍대청년교회(이정재 목사)는 지역 상인들과 해외 유학생을 초대하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었다. 이 교회는 매년 크리스마스에 지역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파티를 위해 청년 모임 ‘청년 샐러드’가 전 세계의 다양한 크리스마스 캐럴을 모아 곡 리스트를 제작했다. 이 교회 출석하는 배영준 청년은 “크리스마스는 서로를 생각하며 선물을 준비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따뜻한 정을 나누는 시간”이라며 “이 분위기를 담아 노래를 선곡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박효신과 뷔가 부른 ‘Winter Ahead’를 추천하며 “찬양곡은 아니지만, 따스한 겨울을 함께 만들어가는 마음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교회는 청년들이 직접 만든 시그니처 샐러드와 함께 “당신의 하루에 작은 빛이 되길 바라며, 정성스레 준비한 마음을 전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메시지를 담아 환경미화원, 경비원, 폐지를 주우시는 어르신 등 주변 이웃들에게도 선물할 예정이다. 이정재 목사는 “성탄절은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지만, 동시에 사랑을 나누는 날”이라며 “우리 교회는 크리스마스를 통해 예수님의 사랑을 실질적으로 실천하고 주변 이웃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려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