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계엄 후유증으로 얼어붙은 소비, 대책 마련 시급하다

입력 2024-12-24 01:20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이달 첫째 주 전국 신용카드 이용금액이 전주 대비 26% 이상 줄었다. 통상 연말 특수를 기대하는 12월 초순 카드 이용액이 이처럼 큰 폭의 감소율을 보인 것은 2020년 이후 처음이다. 계엄 후유증이 실물경제에 즉각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얼어붙은 소비를 북돋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통계청의 속보성 데이터인 나우캐스트 지표를 보면 이달 6일 기준 전국의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직전 주 대비 26.3% 급감했다. 서울은 29.3% 감소하며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로 인한 소비 심리 냉각이 실제 소비 위축으로 이어졌고, 지표에서 확인된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1월 누적 신용카드 일평균 사용액은 2조6584억원에서 12월 1~7일 기준 2조4796억원으로 줄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단 7일 만에 하루 평균 사용액이 약 1700억원 줄어든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8.4%가 계엄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특히 식음료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피해가 심각했다. 송년 특수는커녕 가뜩이나 어려운 소상공인의 처지가 극한으로 내몰린 셈이다. 여기에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년 만에 1450원을 기록하며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경제 불안은 계엄과 탄핵으로 혼란스러운 정치적 상황에 기인한 것이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우리 정치는 당리당략에 골몰하느라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답답한 노릇이다. 정부는 소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송년모임을 하라고 당부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질적으로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은행권은 어제 연체·폐업 위기 자영업자에게 3년간 약 2조원의 금융지원 정책을 내놨다. 제대로 된 지원이 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내수 부양을 위한 정치권의 적극적인 노력이 없다면 경기는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어려워질 수 있다. 여야는 경제 회복 골든타임을 놓치기 전에 하루속히 국정을 안정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