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지연 전략을 무시하고 탄핵심판 절차를 예정대로 강행하기로 한 것은 옳은 결정이다. 헌재는 16일부터 우편으로 세 차례, 인편으로 한 차례 모두 네 차례 윤 대통령에게 보낸 탄핵심판 서류가 되돌아오자 지난 19일 다시 발송한 서류가 도착한 20일을 기준으로 송달이 완성됐다고 23일 선언했다. 발송 송달은 수취인이 직접 받지 않았더라도 우편이 도착한 날 서류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대법원 판례를 따랐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헌재가 정한 첫 변론준비기일인 27일까지 답변서를 헌재에 제출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이제라도 탄핵 심판에 성실하게 임하기를 바란다.
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지 열흘째다. 그가 12·3 비상계엄 발동으로 온 나라와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지도 스무날이 지났다. 이후 대한민국의 국가 리더십은 실종됐고, 국정은 표류하고 있다. 국가 이미지는 추락했고,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 방문을 기피하고 있다. 가뜩이나 침체에 빠져든 한국 경제는 내년은 물론 내후년까지 곤두박질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음달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파격적인 관세 인상을 단행한다면 한국 경제는 더욱 휘청일 수밖에 없다. 국내·외 위기가 가속화되는데 국가 리더십 부재를 오래 방치할 수 없다. 탄핵심판 절차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명백히 헌법과 법률에 어긋난다. 대다수 국민도 윤 대통령에게 실망했고 분노하고 있다. 다만 그에게 법적·정치적 책임을 추궁하는 절차는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비록 윤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의 자질과 품위를 잃었다고 하더라도 헌재 심판은 절차적 정당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정치 지도자 한 사람의 일탈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성취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자각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꼼수와 지연 전략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