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무료’ 혹했는데… 주식 거래 안돼 ‘헉’

입력 2024-12-24 03:17

메리츠증권이 2026년까지 주식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는 파격 이벤트를 시작했지만 전산 장애와 미흡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기능으로 투자자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이 증권사는 최근 비대면 전용 계좌 ‘Super(슈퍼)365’의 수수료 무료를 선언하고 투자금을 빠르게 끌어모으는 중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오후 6시부터 약 4시간 동안 미국주식 프리마켓(정규장 개장 전 거래)에서 매매가 되지 않는 전산 장애가 발생했다. 특히 이날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금리 인하’ 충격 여파로 시장 변동성이 커졌을 때여서 투자자 반발이 컸다.

증권가에서는 무료 수수료 정책으로 이용자가 빠르게 늘면서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새롭게 개설된 계좌 수는 3만5000여개로, 하루 평균 1400여개다. 자금도 1주일 만에 1조원이 모였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사고와 관련, 주문이 되지 않아 손실이 발생한 경우 보상하기로 했다. 오는 27일까지 신청하면 된다.

무료 수수료 정책에 타사에서 계좌를 옮겨온 투자자들은 부실한 MTS 기능도 지적하고 있다. 밤새워 미국 증시를 볼 수 없는 투자자에게 필요한 ‘스탑로스(투자자가 미리 설정한 수익률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매매하는 기능)’ 기능이 없는 것이 주요 불편 사항으로 지적된다. 메리츠증권은 내년에 이 기능을 반영할 계획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일반 고객 판매 강화를 위해 마케팅을 했지만 시스템 준비가 제대로 안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