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에 놀란 北병사들, 모든 비행체 공격… 불만 커지는 러

입력 2024-12-23 18:51
우크라이나군이 22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공개한 드론 영상에서 북한군 병사가 날아오는 드론을 향해 총을 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우크라이나군이 북한군 전사자들의 소지품에서 러시아 국적으로 위장된 신분증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은 22일(현지시간) 텔레그램에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서 북한군 3명을 사살했다”며 시신과 군용 신분증 사진을 공개했다. 러시아에서 발행된 것으로 보이는 신분증에는 소지자의 사진이나 발급 기관의 도장이 없다. 소지자의 출생지는 모두 세르게이 쇼이구 전 러시아 국방장관의 고향이자 몽골 접경지인 투바공화국으로 기재돼 있다.

특수작전군은 “숨진 병사들 이름은 반국진, 리대혁, 조철호”라며 “신분증 소지자 이름은 러시아식인 김 칸 솔라트 알베르토비치, 동크 잔 수로포비치, 벨리에크 아가나크 캅울로비치로 씌어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군이 텔레그램에 공개한 북한군 시신과 신분증. 신분증에 '리대혁'이라는 한글 서명이 적혀 있다. 텔레그램 캡처

그러면서 “흥미로운 대목은 신분증 소지자의 서명”이라며 “한글로 작성된 서명에서 숨진 병사들의 진짜 출신지를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분증에서 서명은 유일하게 한글로 쓰였고, 글자 굵기나 잉크 농도에서 다른 필기구를 사용한 흔적이 선명하다. 특수작전군은 “러시아가 자국의 손실과 외국군의 존재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신분증에서 재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군 드론의 위력을 확인한 북한군 병사들이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비행체를 공격해 러시아군의 반발을 사고 있는 정황도 나왔다. RBC우크라이나통신은 이날 우크라이나군 내부에서 입수한 러시아군 포로 심문 영상을 토대로 “김정은이 보낸 북한군 병사들에 대해 러시아군 포로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러시아군 포로는 북한군 병사들의 부주의를 비판하며 “훈련장에서 북한군 병사가 내 동료의 다리에 총을 쐈다. 교관이 복부에 총을 맞은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북한군이 드론을 포함해 날아다니는 모든 것에 발포한다. 러시아제인지 우크라이나제인지를 구분하지 않는다. 그들은 심지어 (러시아군 드론을) 격추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른 포로는 “북한군은 무례하다”며 “그들은 러시아군보다 먼저 전장에 투입된다. 스스로 ‘머리가 없다’거나 ‘어디로 어떻게 가든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정신 나간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인 ‘북극성-2형’을 공급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매체 밀리타르니는 자국 군사 전문가 안드리이 타라센코의 텔레그램 영상을 근거로 “러시아 튜멘으로 추정되는 곳을 지나가는 화물열차에 북한산 자주포 ‘곡산’ 10문이 실렸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특히 원통형 물체가 의심스럽다”며 “북극성-2형일 가능성이 크다. 이와 비슷하게 설계된 러시아제 무기는 없다”고 분석했다. 북극성-2형은 2017년 처음 시험발사돼 그해 4월 평양 열병식에 등장한 사거리 1000~3000㎞의 MRBM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