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축구로 자신감, 다도로 오감 만족… 더 즐거운 제2 학교”

입력 2024-12-23 18:43
경북 김천시 금릉초 4학년 조범석(왼쪽 사진 가운데)군이 지난 18일 늘봄프로그램인 ‘드론 축구’를 마치고 친구들과 이날 경기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찾은 경북 김천시 금릉초등학교 체육관은 드론 모터에서 나는 ‘윙~’ 하는 소음과 학생들의 고함, 웃음소리로 떠들썩했다. 체육관 한쪽에 마련된 드론 축구장에서 학생들은 드론 축구 시합에 몰입해 있었다.

드론 축구는 공 모양의 드론을 날려 도넛처럼 생긴 골대를 통과하면 득점하는 경기다. 드론 조작 기술도 중요하지만 전략을 세우고 팀원이 협력해야 상대팀을 이길 수 있다. 이날은 3대 3 경기여서 드론 6대가 날아다녔다. 학생들은 공격과 수비로 역할을 나눠 상대 골문을 노리고 자기 팀 골문을 지켰다.

첫 경기는 4학년팀이 13대 10으로 5·6학년팀을 눌렀다. 두 명으로 이뤄진 수비가 5·6학년의 ‘드론 돌진’을 효과적으로 차단한 결과였다. 두 번째 경기에선 5·6학년도 수비를 강화했고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다. 일진일퇴를 거듭하다 결국 12대 12로 승부를 가르지 못했다.

세 번째 경기는 돌발 상황이 승패를 갈랐다. 초반 흐름은 4학년이 가져갔다. 움츠리고 있다가 공격 인원을 1명에서 2명으로 순간 늘리는 전술로 5·6학년 골문을 위협했다. 하지만 4학년팀 드론 1기가 상대 드론과 충돌한 뒤 바닥에 나뒹굴었고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5·6학년은 수적 우세를 활용해 4학년을 몰아붙여 20대 9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드론 축구는 금릉초에서 인기 있는 늘봄프로그램이다. 경기 후 흥분을 가라앉힌 ‘4학년 에이스’ 조범석군이 인터뷰에 응했다. 조군은 “아쉽지만 재미있었어요. 일주일 중 제일 기다려지는 시간”이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드론 축구는 외부 강사가 아닌 드론과 코딩을 전문적으로 공부해 온 이완석 수석교사가 지도하고 있다. 이 수석교사는 “포항서 열린 드론 축구대회에서 2승을 거둬 장려상까지 받았다. 아이들에게 알찬 성공 경험을 줘 뿌듯하다”고 했다.

경기를 지켜본 6학년팀 민선우군 어머니 곽명화(49)씨는 “드론 축구로 시작된 관심이 컴퓨터나 코딩 쪽으로 이어졌다. 둘째인데, 큰애 키워보니 억지로 공부시키는 것보다 뭔가 몰입해 진로를 찾도록 돕는 게 아이에게 더 좋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드론 축구나 컴퓨터는 하지 말라 해도 자기가 알아서 한다”며 웃었다.

금릉초는 학생 267명 규모로 큰 학교는 아니다. 다른 비수도권의 중소도시처럼 학생 감소에 고민하고 있다. 금릉초는 지난해 늘봄 선도학교로 참여해 늘봄교실과 늘봄프로그램을 강화하며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또 다른 늘봄프로그램 '어린이 다도' 수업에서는 한복을 입은 1학년 나현지양이 친구들에게 전통 과자를 나눠주고 있다.

초등 1학년 대상 ‘어린이 다도’ 수업도 만족도가 높다. 지경자 김천시 예다회 사무국장이 아이들에게 전통차를 마시는 방법을 가르친다. 수업에서 아이들은 오감을 활용해 차를 즐기는 법을 익히고 있었다. 차의 색깔과 차가 잔에 채워질 때 나는 소리를 차분히 감상한 뒤 냄새와 맛을 봤다. 이날 주인공은 한복을 차려입고 온 나현지양이었다. 친구들이 예쁘다며 탄성을 질렀다. 나양은 친구들 사이를 다니며 차를 따라주거나 전통 과자를 나눠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도 시간이 끝나자 아이들은 미술 수업과 공예 수업 등으로 흩어졌다. 미술 수업에선 부모님에게 보낼 크리스마스 입체 카드를 만들었다. 각종 재료로 형형색색 꾸미고, 카드를 접었다 펴면 나오는 그림이 잘 작동하는지 점검했다. 메시지도 정성 들여 썼다. 학교 관계자는 “우리 아이들은 정규 수업 이후에도 참 바쁩니다. 오후에 또 다른 학교가 운영되는 것과 마찬가지죠”라고 말했다.

김천=글·사진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