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에게는 생경한 일이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고속도로 인근 주유소 입구에는 ‘고속도로 진입 전 마지막 주유소입니다’라는 간판이 흔했다. 고속도로 주유소 판매 가격이 시중보다 비싸니 진입 전에 주유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간판을 내건 주유소를 찾아볼 수 없다. 한국도로공사가 10년 전 ‘ex-OIL’이라는 브랜드를 도입한 이후부터다. 더 이상 고속도로 주유소는 비싸기만 한 곳이 아니게 됐다.
ex-OIL은 한 도로공사 직원의 아이디어가 발단이 됐다. 사내에서 국민 유류비 부담을 덜기 위한 특별제안 공모를 진행한 결과 ‘공동구매’라는 참신한 발상이 도출됐다. “공동구매로 유류단가를 낮추자”는 이 제안은 당시 가장 큰 호응을 얻으며 실제 업무에 반영됐다.
초기에는 알뜰주유소와의 협력을 통해 공동구매를 구현하는 단계부터 시작했다. 첫 숟갈을 뜰 때만 해도 참신한 아이디어와는 달리 가격 인하 효과가 미미했다. 운영업체의 소극적 참여와 입찰 전략의 한계 같은 예상치 못했던 난제들이 돌출된 탓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은 도로공사 직원들의 끊임없는 고민과 창의적 해결책을 만나며 하나씩 풀려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4년 ex-OIL이라는 단독 브랜드가 출범했다. 이후 자체적으로 대규모 공동구매를 하면서 유류가격을 안정적으로 낮출 수 있게 됐다.
이 혁신은 국민에게 혜택으로 돌아갔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ex-OIL은 공동구매에 기반한 할인을 통해 지난달까지 누적 기준 1조원이라는 금액을 국민에게 돌려줄 수 있었다. 이는 단순히 도로공사만의 노력으로 일군 것은 아니다. 정유사와 시중 주유소 운영자 그리고 다양한 관계자의 이해와 협력 및 양보가 맞물린 결과라 할 수 있다.
10주년을 맞은 ex-OIL의 변화는 저렴한 가격에 그치지 않는다. 도로공사는 올해 노후 주유소 화장실 전면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주유 중에도 고객이 편리하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주유 현황 모니터를 설치하고 무인 청결 케어 시스템과 불법 촬영 탐지 시스템을 추가했다. 고속도로 주유소 이용객에게 더욱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지향점이다. 최우선 상황인 가격 안정화 역시 앞으로도 이어진다. 최근 도로공사는 한국석유공사와 수차례 협의를 통해 역대 최저가 입찰을 이끌어냈다. 전국 일반 주유소 의견을 수렴해 상생의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이끌어낸 결과물이다.
지난해 2월 부임한 함진규 도로공사 사장은 “국민 삶과 직결된 주유소 가격 안정화에 더욱 매진하라”고 강조했다. 이는 ex-OIL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라는 의미로 읽힌다. ex-OIL의 지난 10년이 국민과 함께하는 고속도로 주유소의 미래를 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국민에게 더 큰 가치를 돌려주는 도로공사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김희태 한국도로공사 휴게시설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