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처럼 누군가는 동료들과 소주잔을 따르며 하루를 위로하고, 누군가는 연인과 산책을 하고, 또 누군가는 아이들의 장난기 있는 웃음을 바라보고 있던 12월 3일 밤. 믿을 수 없고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비상계엄이 일어났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일상은 너무나 쉽게 침범받았고,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용기 있고 현명하며 성숙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의 재빠른 대처 덕분에 대한민국은 빠르게 극복했고 또 하나의 민주 역사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런데 이번 비상계엄 참사가 단순히 비정상 대통령의 우발적 행동이었을까요? 그렇게 쉽게 단정하기에는 긴 시간 우리 정치가 쌓아온 잘못이 너무 큽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는 진영으로 나뉘었습니다. 영남과 호남, 수도권과 지방, 이편과 저편. 이렇게 나누어진 사회의 진영 갈등은 양대 거대 정당으로 귀결됐고, 두 거대 정당은 마치 전쟁을 앞둔 대척점에 선 군대처럼 돼 버렸습니다. 진영 논리 속에서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고 ‘내 편이냐 상대방이냐’만 중요해졌습니다. 상대는 조건 없는 타도 대상으로 인식되고 진영의 지도자들은 지지자들이 그런 인식을 갖도록 유도해 왔습니다. 그렇게 대척점에 선 양 진영은 갈등을 먹이로 삼는 좀비처럼 돼 버렸습니다.
이런 진영논리는 보복 정치와 힘 대결만 낳았습니다. 진영 논리의 정치 속에서 소신과 능력, 철학과 화합의 정치인은 도태되고 맹목적으로 자신의 진영에 충성하고 줄을 잘 타는 기회주의적 정치인만 살아남게 했습니다.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진영 논리는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정의하자면 ‘가치의 상실’ ‘진영의 대립’ ‘구태 정치의 고착화’가 현재 한국 정치, 나아가 한국 사회에 극단의 대립을 낳은 것입니다.
이제 이런 ‘3류 정치 문화’를 극복해야 합니다. 더 이상 정치가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이제 정치가 대한민국의 발전을 견인하도록 성장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진영 논리 정당 정치가 아닌 가치 지향 정당 정치로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합니다. 다시 말해 정당은 정권 창출이 목적이 아니라 가치를 추구해야 합니다. 정권 창출이 불가능하더라도 가치 추구의 이유가 있으면 정당은 존재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진영의 승패를 다투는 곳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에서 배움을 얻고 정정당당히 정책과 가치로 대결하며 조화와 발전적 대안을 만들어가는 곳이 정치 현장이어야 합니다. 기회주의적 맹목적 싸움꾼이 아닌 가치추구형 능력자가 비전을 제시하고 소신을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제 대한민국 정치가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이런 가치 지향 경쟁 속에서 나온 민생 정책이야말로 인기 영합 일관이 아닌 철학이 제대로 반영된 민생 정책일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변화를 우리 정치인 스스로 해내기에는 한국 정치가 너무 병들었습니다. 저는 주권자 국민의 의지와 행동에서 미래를 찾고 싶습니다. 정치는 국민의 것이지 정치인의 것이 아닙니다. 정치를 정치인의 손에 맡겨두면 망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진영 논리에 빠진 구태 정치를 깨부수고 새롭게 건강한 가치 지향 정당의 상생 경쟁 정치 풍토를 만드는 힘은 국민에게서 나옵니다. 정치가 보기 싫고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실망스러운 그때가 진정한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아울러 진영에 갇혀 있지 않으면서 소신과 능력, 청렴성을 갖춘 인물들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국민들께서 이끌고 지켜 주셔야 합니다. 행동하고 참여하는 성숙한 국민이 만드는 국민 주권 정치가 우리가 가야 할 유일한 길입니다. 국민의 관심과 행동으로 낡은 정치인과 정당은 응징하고, 키워야 할 정당과 정치인에게는 힘을 줌으로써 진정한 국민 주권이 확립되기를 기대합니다.
김상욱 국민의힘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