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교회(김양재 목사)에서 사역하는 정지훈(41) 부목사와 최희정(38) 사모의 삼 남매(다유 다애 다진) 이름에는 부모의 신앙 고백과 간증이 담겨 있다. 목욕탕에서 묵은 때를 씻어내듯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이를 감사로 대신하는 큐티(말씀 묵상) 사역으로 알려진 우리들교회에서는 자녀가 출산할 때 그날 본문 말씀을 바탕으로 이름 짓는 경우가 많다. 정 목사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8일 경기도 성남 우리들교회가 운영하는 울림카페에서 정 목사 부부와 7개월 된 막내아들 다진이를 만났다.
삼 남매 이름 속에 담긴 부모의 간증
크리스천들은 요셉 다니엘 에스더 등 당대 최고 리더십으로 꼽히는 성경 인물을 이름으로 짓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며느리 다말과 간음한 유다를 인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 2016년 태어난 큰딸 다유(8)는 부모가 출산 당일 묵상한 창세기 38장 본문을 바탕으로 며느리 ‘다말’과 시아버지 ‘유다’의 글자를 하나씩 따서 지은 이름이다. 김양재 목사는 아버지 다(爹)에 깨우칠 유(喩)를 제안했다. ‘아버지께로 돌이키다(爹喩)’라는 회개의 의미도 있다.
정 목사는 “아이들 이름에는 부모의 간증과 다짐을 더한 기도 제목이 오롯이 담겨 있다. 며느리와 간음한 유다 가문은 소위 ‘콩가루’ 집안이나 다름없는데 유다 후손에서 예수님이 오신 것처럼, 연약한 이들에게도 예수님이 오시고 하나님이 이것을 통해 일하신다는 뜻이 있다”고 말했다.
한 살 터울인 둘째 딸 다애(7)가 태어난 날 정 목사 부부가 묵상한 큐티 본문은 베드로전서 4장 8절이었다. ‘사랑이 허다한 죄를 덮는다’는 구절에 착안해 다애는 ‘아버지가 사랑으로 덮어주신다’는 뜻을 갖는다.
막내 다진이는 하나님 앞에 늘 진실할 것을 되새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었다. 열왕기하 10장에는 예후가 여호나답에게 ‘너의 마음이 진실한지’ 묻는 대목이 나온다. 정 목사는 “다진이는 아들이 무엇보다 하나님 앞에서 진실한지 매일 물어보며 살기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라고 전했다.
말씀으로 지탱할 수 있게 한 ‘목장’
정 목사 부부는 여러 과정을 거쳐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우리들교회에서 만나 2013년 화촉을 밝혔다. 정 목사는 언제부터 호감을 느꼈냐는 질문에 “자신의 죄와 연약함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아내 모습이 저보다 훨씬 솔직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예뻤다”고 말한 뒤 활짝 웃었다.
결혼 후 여느 부부들처럼 자녀를 키우는 양육 과정에서 사랑의 수고를 하며 얻는 기쁨과 보람도 크다. 우리들교회 공동체인 목장이 말씀으로 부부를 지탱해준 지렛대 역할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 사모의 경우 결혼 후 일을 그만두고 말씀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최 사모는 처음 육아를 시작할 때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게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첫째 출산 후 엄마 역할로의 전환이 어려웠고 육아도 처음이라 서툴렀다”며 “둘째 출산 후에는 돌봐야 할 아이가 ‘단수’에서 ‘다수’로 바뀐 뒤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고 회고했다.
첫째 다유는 예민한 기질로 새로운 자극에 적응하려면 다른 아이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최 사모는 “공동체에서 ‘아이가 예민하지만 이로 인해 영적으로 더 성숙하다면 예수님을 잘 만날 수 있다. 육아의 목적은 자녀가 예수님을 만나도록 하는 데 있다’는 조언을 듣고 답답했던 마음이 후련했다”며 “또 자녀를 잘 양육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에서 해제 받는 순간이었다. 평소 목장에서 아이들의 문제를 나누며 격려와 권면 받는다”고 말했다.
이런 정서적 지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최 사모는 “그동안 쌓인 육아 기술도 있고 아이도 순해서 그런지 셋째가 정말 예쁘다. 의학적으로 넷째를 낳을 수 없지만 넷째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외에도 목장에서 목회자 가정이 누구에게도 털어놓기 힘든 가정 문제들을 털어놓으며 성경적 방향으로 권면을 받는다.
정 목사는 “목장에서 좋은 이야기만 하고 자신의 실제적 문제를 다루지 못한다면 친교 모임에 그칠 수 있다. 한 주간 같은 말씀 본문을 바탕으로 묵상하고 말씀에 자신의 삶을 적용한다”고 전했다.
큐티로 자녀 양육
성경적 양육 방법에 대한 질문에 최 사모는 큐티를 꼽았다. 아이들이 큐티를 하면 평소 부모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아이의 마음과 상황을 자연스럽게 알면서 소통할 수 있는 점을 꼽았다. 말씀에 자신의 삶을 비추고 적용하는 내용을 꾸준히 쓰다 보면 글쓰기 실력도 덤으로 향상된다.
정 목사 부부는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청년들에게 결혼과 육아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대하자고 권면했다. 정 목사는 “육아하면서 하나님이 자녀들을 키워주신다는 것을 확신했다. 힘든 점보다 좋은 점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최 사모는 “결혼 후 양육하면서 삶과 영혼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