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12·3 비상계엄 계획에 비선으로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는 등 사전 모의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첩에는 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 3일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파견할 군 병력 배치 계획 등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수첩이 전·현직 군 관계자의 계엄 사전 모의 의혹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관련 진술과 증거를 추가로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22일 노 전 사령관을 불러 수첩 내용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경찰은 지난 15일 노 전 사령관을 긴급체포하면서 경기 안산에 있는 그의 자택에서 수첩과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노 전 사령관이 사용한 수첩에는 계엄 당일 군 병력 배치 장소와 구체적인 병력 이동 시나리오가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계엄 모의가 사전에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정보사령부 인원 등의 일사불란한 출동이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정보사령부 병력은 지난 3일 계엄 선포 2~3분 뒤인 오후 10시31분쯤 선관위에 도착해 전산 시스템 사진을 촬영했다.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의 자택에서 확보한 압수품 외 그가 계엄 이전에 사용했던 휴대전화의 행방도 추적하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이 지난 1일과 3일 두 차례 이뤄진 이른바 롯데리아 회동과 별개로 다른 군 관계자와 사전에 계엄을 논의하는 자리가 있었는지도 수사 중이다.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의 검찰 송치가 24일로 예정된 만큼, 23일까지는 노 전 사령관 수사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경찰은 이날 노 전 사령관과 계엄을 사전 모의한 전직 정보사 대령 김모씨도 소환해 조사했다. 김 전 대령은 지난 1일 롯데리아 회동에 참여한 인물이다.
경찰은 이들이 계엄 이후 꾸려질 국군방첩사령부 합동수사단에 노 전 사령관 등 민간인이 포함된 별도 수사팀을 만들어 향후 수사를 주도하려 했는지 확인 중이다. 또 현직 대법관인 노태악 선관위원장 등을 체포하려는 계획을 세운 정황을 파악하고 사실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2차 롯데리아 회동 자리에 구삼회 2기갑여단장(준장)이 참여한 사실도 파악했다.
경찰 특별수사단은 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국무회의 당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하달한 지시 문건을 확보했다. 문건에는 국회 운영비를 끊고 비상계엄 입법부 운영을 위한 예산을 짜라는 지시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지난 21일 오후 약 6시간 동안 비공개 조사했다. 이로써 경찰은 계엄 선포 5분 전 열린 국무회의 참석자 중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제외한 국무위원들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절차적, 실체적 측면에서 당시 국무회의에 하자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