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담배 날고 기는데… 국가금연지원서비스 10년째 제자리

입력 2024-12-24 00:00 수정 2024-12-24 00:00
지난 20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국내외 금연지원서비스와 금연 디지털치료제 개발 현황’ 토론회에서 연자가 발표하고 있다.

젊은 세대 중심으로 액상형 전자담배 등 신종담배 사용이 늘고 담배 제품이 다양해지면서 흡연 형태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하지만 2015년 시작된 국가 금연지원 서비스는 보건소 금연클리닉, 병·의원 금연치료, 금연상담전화, 금연캠프, 찾아가는 금연서비스 등 5가지로 10년째 요지부동이다. 이에 따라 금연을 위한 새로운 접근 수단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그중 하나로 ‘금연 디지털치료기(DTx)’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와 한림대성심병원, 삼성서울병원이 지난 20일 주관·주최한 토론회는 금연 디지털치료기의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이성규 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담배제품 및 시장 변화에 따른 흡연 형태의 변화를 짚었다. 이 센터장은 “일반담배 판매량이 조금씩 줄고 있지만, 궐련·액상형 전자담배의 시장 점유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어 전체 담배제품 사용률은 높아지는 추세로 금연 지원 정책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또 신종담배의 시장 진입으로 여러 종류의 담배제품 중복 사용에 따른 니코틴 의존성 증가가 우려되는 실정”이라며 “이는 흡연자의 금연 의지를 떨어뜨리고 금연을 시도하더라도 가중된 니코틴 중독으로 인해 금연 성공 가능성이 낮아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담배제품과 흡연행태가 다 바뀌고 있는데, 국가 금연지원서비스는 10년 전 그대로다. 이 센터장은 “병·의원 금연치료의 경우 보건소 금연클리닉과 상호 연계가 잘 이뤄지지 않는 등 한계로 인해 많이 시들해졌다”면서 “각 서비스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함께 새로운 수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제대의대 가정의학과 이언숙 교수는 ‘금연 디지털치료기의 국내외 활용 현황’을 살펴봤다. 디지털치료기는 질병 예방과 관리, 치료를 위해 임상적 과학적 근거가 증명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말한다. 애플리케이션(앱)이나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을 활용한 제품이다.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엔 지금까지 불면증, 인지 치료, 호흡재활 분야에 4개의 디지털치료기가 허가됐다. 니코틴 사용장애, 즉 금연 목적의 디지털치료기는 승인받은 제품이 아직 없으며 4건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디지털치료기는 누구나 내려받아 사용 가능한 단순한 앱과는 달리, 임상시험을 거쳐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증받은 제품으로 출시될 경우 의사 처방을 통해 사용된다. 이 교수는 “해외 선행연구를 보면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금연 효과가 일부 확인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2018년 이후의 문헌고찰 연구를 보면 스마트폰 앱 단독 활용보다는 약물 치료와 병행하는 등 다른 중재 치료가 같이 진행되면 더 효과적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