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양” 수선스러운 중국, 경제 전망은 흐릿

입력 2024-12-24 03:35

중국 정부의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와 달리 중국 경제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실질적인 해결책은 없이 구호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평가다. 내년에도 중국 경제는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16일 연 1.74%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30년 만기 국채금리도 이달 17일 연 1.96%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장기 국채 금리는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지표로 해석된다. 경제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면 안전자산인 채권의 수요가 높아져 채권값이 상승(채권금리 하락)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중국 정부가 통화정책 완화, 재정 확대 등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며 기대를 모았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박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사실상 지난해 12월 정치국회의의 내용을 반복한 수준”이라며 “정부가 의지는 분명하게 표명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못 내놓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증시는 경기부양책 발표 이후 반짝 반등했지만 이후 상승을 이어가지 못하고 횡보 중이다. 지난 9월 중순 2700 초반대까지 내려갔던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10월 3674까지 뛰어올랐다, 최근 한 달 새 3300~3400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중국 자본시장에서는 전례 없는 속도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포트폴리오 투자로 인한 국경 간 순자금 유출이 457억 달러(약 66조2420억 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유출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영향도 존재하지만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체력) 문제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중국의 지난달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부동산 투자는 10.4% 감소했다.

중국 정부는 내년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5%로 잡고 있지만 외부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한국은행은 내년 중국 경제가 4% 초·중반대, 국제통화기금(IMF)은 약 4.5%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2~3년간 중국이 발표한 경제 성장률은 연평균 5%에 가까운데, 실제는 2%에 불과할 수 있다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불안한 중국 정부는 경제 전문가에 대한 입막음 수위를 높이고 있다. WSJ에 따르면 중국증권협회는 지난 18일 회원사들에 수석 이코노미스트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라는 내용의 통지서를 발송했다. 통지서에는 “이코노미스트들은 시장 기대를 합리적으로 인도하고 투자자 신뢰를 높이는 데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여러 차례 평판 위험 사건을 일으키거나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경우 회사는 그를 중징계하거나 해고까지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