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젠 선택과 집중”… 체질 개선 나선다

입력 2024-12-23 00:21 수정 2024-12-23 00:21

롯데그룹이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정면 돌파에 나섰다. 유동성 위기설로 곤욕을 치른 롯데는 부진한 분야의 사업을 정리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위기 돌파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의 유동성 위기 해소로 리스크 극복의 동력을 다시금 확보했다. 롯데렌탈, 헬스케어 등을 매각하고 부동산 자산 정리를 계획하며 재무 구조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오와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에 집중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롯데는 지난 19일 롯데케미칼이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 2조450억원 규모의 14개 공모 회사채 사채관리계약 조항 내 실적 관련 재무 특약 조정을 가결했다. 이번 조정을 위해 6조원 상당 가치로 알려진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내세웠다. 신한·KB국민·하나·우리 4대 은행과 2조5000억원 규모의 롯데케미칼 회사채 신용보강 계약을 체결하면서 재무구조 개선 의지를 확고히 했다. 단기 유동성 리스크를 무리 없이 해소하면서 롯데케미칼은 본격적으로 사업구조 개편에 나선다. 첨단소재와 정밀화학·전지소재·수소에너지 등 사업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롯데는 계열사 구조조정도 추진 중이다. 국내 렌터카 1위 업체인 롯데렌탈을 홍콩계 사모펀드(PEF)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잘 나가는 사업체지만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매각이 결정됐다.


유통군은 비효율 점포, 유휴 자산 매각과 부동산 가치 재평가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로 했다. 롯데쇼핑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자산 재평가에 나서며 재무건전성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7조6000억원 규모의 토지 자산을 재평가해 15년간 오른 실질 가치 반영이 재무구조 개선에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도 부진 점포 정리에 속도를 낸다. 롯데백화점 점포 수는 현재 31개로 경쟁사인 신세계백화점(13개), 현대백화점(16개) 점포 수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지난해 매출이 740억원에 그쳤던 마산점은 올해 폐점 수순을 밟았고, 실적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부산 센텀시티점도 매각을 검토 중이다.

롯데마트는 최근 수원 영통점을 87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롯데마트는 이 매각 대금을 내년 1월 신규 출점할 천호점, 내년 상반기 출점 예정인 구리점에 투입한다. 신규 점포 출범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미아점과 롯데마트 권선점 주차장 등 유휴부지 매각에도 나섰다.

롯데는 신성장 사업 가운데 하나로 추진해온 헬스케어 사업도 사업성 측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 철수하기로 했다. 2022년 4월 롯데지주 자회사로 설립된 지 약 3년 만이다.

롯데는 이처럼 전방위적인 재무 구조 개선과 동시에 신사업 집중 투자에 나선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사업,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2차 전지 소재, 롯데이노베이트의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 등 4대 신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