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부는 ‘쇄신’ 바람… 5대 은행장 중 4명 ‘새 얼굴’

입력 2024-12-23 00:55

연말 인사 시즌을 맞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4곳이 리더십 교체에 나섰다. 전진 배치된 새 은행장들은 대체로 현장 경험이 풍부한 ‘영업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인적 쇄신으로 체질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NH농협은행장 인선을 끝으로 5대 은행의 새 수장 선임 레이스가 마무리됐다. 신한은행을 제외하면 4대 은행이 모두 변화를 선택했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카드로 리스크 관리보다는 새로운 시각으로 활력을 불어넣는 인사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 20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NH농협은행장에 강태영(58) NH농협캐피탈 부사장을 추천했다. 강 후보는 여신 업무부터 인사·기획·영업을 거쳐 NH농협은행 디지털전환(DT) 부문 부행장을 지냈다. 내부에서는 기획력과 영업력을 두루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인선을 마친 KB국민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도 조직 내 손꼽히는 영업통을 차기 은행장 후보로 추천했다. 가장 먼저 차기 은행장 후보를 발표한 KB금융지주는 이환주(60)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를 KB국민은행장으로 내정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정진완(56) 우리은행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하나금융지주는 중앙영업그룹장, 영남영업그룹장 등을 거친 이호성(60) 하나카드 사장을 차기 은행장 후보로 추천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60)은 유일하게 인사 태풍에서 살아남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연말 인사는 예상을 깨고 대부분이 변화를 택했다”며 “내년도 금융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영업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인적 쇄신으로 조직 체결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 표명”이라고 말했다.

쇄신 분위기 속에 세대교체 현상도 두드러진다. 신한금융은 신한카드 대표이사에 박창훈 페이먼트그룹 본부장을 선임하는 등 본부장급을 계열사 대표에 바로 앉히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신한은행은 이번 인사로 10명의 임원을 새로 선임하며, 1970년 이후 출생자를 6명 포함시켰다. 4대 금융 중 가장 먼저 조직 개편을 단행한 우리금융은 1970년대생 부행장을 선임했다. 우리은행도 이번 인사를 통해 임원 평균 나이를 56.8세에서 55.7세로 낮추게 됐다. 하나금융그룹에서도 본부장급 임원이 각각 하나펀드서비스와 핀크 대표 후보로 내정됐다. KDB산업은행은 1970년 1월생 3명을 나란히 부행장으로 승진시켰다.

금융권의 연말 쇄신 인사에는 금융 당국의 ‘변화’ 주문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우리금융·KB금융 등에 대한 검사 결과 발표를 내년 1월로 미룬 데 대해 “위법 행위에 대해 경미하게 취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매운맛으로 시장과 국민에게 알리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