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으로 더 커진 자영업 비명… 배달도 안 시킨다

입력 2024-12-23 00:00 수정 2024-12-23 00:00
사진=최현규 기자

서울 성북구에서 25년째 오토바이 수리점을 운영하는 정모(44)씨는 22일 “자주 방문해 단골이 된 배달기사가 ‘콜이 많이 줄었다’고 털어놓더니 최근엔 얼굴을 못 본 지 꽤 됐다”고 말했다. 오토바이 고장을 고치려는 배달기사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뜻이다. 정씨는 “불경기라 배달 장사도 잘 안된다고 하는데 나처럼 배달 오토바이 수리하는 업체들도 힘든 시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소비가 얼어붙으면서 자영업자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배달음식 판매 감소가 오토바이 수리 감소로 이어지는 현상에서 알 수 있듯 내수 침체는 서민경제 구석구석에 연쇄적으로 파급효과를 내고 있다.

통계청이 한국신용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실험적 통계인 ‘배달 외식 매출 건수’에 따르면 최근 수치인 지난 6일 기준 배달 외식 매출 건수는 1년 전보다 8.0% 줄었다. 매주 공표가 목표인 이 지표는 지난 10월 4일(5.7%) 이후 줄곧 마이너스 흐름이다.

통계청 ‘서비스업 동향조사’의 소매판매액지수도 비슷하다. 가장 최근 통계로 지난 10월 기준 경제 주체들의 실질적 소비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불변)는 102.6으로 1년 전보다 0.8% 감소했다. 지난 3월부터 8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여기에 12·3 비상계엄 사태까지 자영업자를 덮쳤다. 세종시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는 “하반기부터 가게가 어렵다는 게 체감됐고, 버티고 버텼지만 계엄 사태가 터진 뒤에는 예약 문의도 거의 안 들어온다. 최근엔 직원을 한 명 줄였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에서 2년째 배달 전문 분식집을 운영하는 문모(39)씨도 “지난 4월부터 매출이 확 줄더니 11월부터 계엄 사태가 있던 최근에 이르기까지 매출은 더 줄었다”며 “우리 매장은 겨울 매출이 특히 괜찮았는데, 하루 주문 100건은 들어오던 1, 2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못 넘길 때가 더 많다. 장사가 너무 안된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연달아 소상공인 대책을 발표했지만 가시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민 음식 중 하나인 김밥마저 올해 약 5.0%(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서울 기준) 오르는 등 소비자 입장에서도 지갑을 열기에는 체감물가가 여전히 높다. 그러는 동안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용회복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채무조정 신청 건수는 지난달 기준 2만6357건으로 이미 지난해 신청 건수(2만5024건)를 넘겼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경기 침체가 심화해 중소 자영업자가 먼저 타격을 받으면 그 영향은 그와 연관된 업종으로 파급된다”며 “앞으로 혼란이 지속할 5~6개월 동안 정부가 취약계층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얼마나 빠르게 내느냐가 경제 안정화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윤 기자, 황인호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