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현수막 유권해석’을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선관위는 국민의힘 의원을 ‘내란 공범’으로 적시한 현수막은 허용하고,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된다’는 문구는 낙선 목적의 사전선거운동이란 이유로 불허했다. 이에 국민의힘에선 “이러니까 선관위가 부정선거 의심을 받는 것” 등의 반발이 쏟아졌다. 선관위에 대한 여권 일각의 오랜 불신이 이번 사안을 두고 다시 분출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6일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된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수영구에 걸려고 했지만 선관위로부터 제지당했다. 선관위 측은 “대통령 선거에 대한 특정 후보자를 위한 낙선 목적의 선거운동이 될 수 있다”며 공직선거법 제254조(선거운동기간위반죄) 위반 가능성을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로 조기 대선이 열릴 가능성을 고려한 조처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운동 목적·의사 판단에 있어 선거일과의 ‘시간적 간격’도 중요한 판단요소가 된다”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당시에도 유사하게 적용된 바 있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선관위는 그러면서도 조국혁신당이 역시 수영구에 내건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불참 정연욱도 내란 공범이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은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다음 총선이 4년 뒤인 점을 고려할 때 정 의원의 낙선을 목적으로 한 사전선거운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탄핵심판이 제대로 진행도 안 됐는데 선관위가 무슨 권한으로 조기 대선이 벌어질 것을 전제로 그런 결정을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사법리스크로 유죄판결이 확정돼 불출마하는 것은 상정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선관위가 이 대표를 위해 선거운동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가장 중립적이어야 할 선관위가 탄핵 인용이라는 결과뿐 아니라 민주당 후보는 이재명이라고 기정사실화하는 가장 편파적 예단을 하고 있다”며 “이러니까 선관위가 부정선거 의심을 받는다”고 비판했다. 윤상현 의원도 “선관위는 남을 탓하기 전에 나부터 먼저 돌아보는 ‘초상지풍(草上之風)’의 자세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며 “아니면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선관위는 23일 오후 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현수막 불허 논란에 대해 재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