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적자 낸 SK, 우티 지분 전량 매각

입력 2024-12-22 20:55
게티이미지뱅크

천문학적인 손실에 시달리던 SK스퀘어 자회사 티맵모빌리티의 택시 플랫폼 ‘우티(UT)’가 결국 매각 수순을 밟는다. 이로써 티맵모빌리티는 2015년 티맵 택시를 출시하며 야심차게 진출한 택시 시장에서 10년 만에 철수하게 됐다. 사실상 택시 시장을 독점 중인 카카오모빌리티의 독주가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운수 업계에 따르면 티맵모빌리티는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가 보유한 우티 지분 49%(7만5678주)를 2025년까지 우버에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매각 금액은 569억원이다. 우티는 글로벌 모빌리티 회사 우버와 티맵모빌리티가 각각 51%, 49%씩 출자해 2021년 4월 설립한 법인이다.

티맵모빌리티가 택시 시장을 포기한 배경에는 설립 이래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막대한 적자가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우티는 2021~2023년 각각 398억원, 1186억원, 55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올해 최종 실적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적자가 확실시된다.

우티는 업계 1위 카카오모빌리티와 경쟁하기 위해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막대한 현금을 쏟아부었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티맵모빌리티는 우티 설립 당시에만 863억원을 출자했고, 2022년과 올해 1월 각각 222억원, 248억원의 현금을 추가 투입했다. 사실상 3년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한 셈이다.

우티로부터 비롯된 손실은 고스란히 티맵모빌리티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티맵모빌리티 영업수익은 2021년 745억원에서 지난해 2871억원까지 급증했지만, 정작 순이익은 매년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3개년 합산 208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우티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국내 택시 업계의 독점 체제로 분석된다. 데이터 조사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카카오T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336만3000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우티가 70만3000명, 아이엠택시가 6만2000명, 타다가 6만명의 MAU를 확보했다. 우티가 출범 직후(2021년·21만명) 대비 3배 이상 MAU를 늘리며 3위 이하 업체와 10배 이상 격차를 벌리는 데 성공했지만, 카카오T와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적자 행렬인 택시 사업에서 손을 뗀 티맵모빌리티는 자금 수혈 압박에서 한숨 돌리고 본업인 내비게이션·데이터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티맵모빌리티는 올해 데이터 부문 매출을 700억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 50%대 이상 성장을 목표로 데이터 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독자 노선을 걷게 된 우버도 단순 택시 호출 서비스로 경쟁하기보다는 전기차·자율주행 등 기술력으로 반전을 꾀하는 모양새다.

티맵모빌리티 관계자는 “티맵은 연간 22억회 이상의 검색이 발생할 만큼의 독보적인 모빌리티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며 “주행 데이터에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해 모빌리티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며 데이터 중심의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