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요구 사항인 ‘부채 한도 폐지’를 뺀 임시예산안을 통과시켜 연방 정부의 일시적 업무 정지(셧다운)를 면했다. 의회가 트럼프 당선인의 입법 독주를 저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상원은 연방 정부 셧다운 시한인 21일(현지시간) 0시를 40분쯤 넘겨 임시예산안을 찬성 85표, 반대 11표로 가결 처리했다. 앞서 6시간 전 하원은 이 안건을 찬성 366표, 반대 34표로 통과시켰다. 임시예산안이 상하원 문턱을 넘으면서 연방 정부 셧다운은 발동되지 않았다. 백악관은 오전 11시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를 통과한 임시예산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임시예산안에는 내년 3월 14일까지 현행 수준의 연방 정부 예산을 편성하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가 요구한 부채 한도 폐지안이 제외된 것을 두고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공화당을 자신의 뜻대로 좌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지난 18일 민주 공화 양당이 합의한 임시예산안에 어깃장을 놓으며 “민주당에 퍼주는 항목을 빼고 부채 한도 증액을 넣은 예산안만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 ‘실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도 “민주당과의 합의안에 찬성표를 찍는 의원은 2년 뒤 퇴출시켜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공화당은 19일 민주당과의 합의를 파기하고 ‘2년간 부채 한도 폐지’를 포함한 수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튿날 하원 표결에서 이 안건은 민주당의 반대표는 물론, 공화당 38명의 이탈표로 부결됐다. 결국 부채 한도 폐지를 뺀 임시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트럼프 1기 백악관 입법 업무 책임자였던 마크 쇼트는 WP에 “연방 정부 지출이 과도하다고 지적하면서 ‘부채 한도를 폐지해 내가 더 많이 지출하도록 해 달라’라고 요구하는 것은 모순적”이라며 “국경과 세금 정책을 다루려는 공화당의 2025년 계획에서 최근의 상황은 좋지 않은 징조”라고 지적했다.
공화당은 대선 및 상하원 선거 승리로 백악관과 의회를 모두 장악했지만, 다음 달 3일 개원하는 제119대 상하원에서 트럼프가 추진하는 법안 통과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망했다. 공화당 소속 피터 킹 전 하원의원은 “과거 트럼프에게 반대했던 공화당 의원들은 온건파였지만, 이번 부채 한도 증액에 반대한 의원 중에는 강경파도 있다”며 “공화당 의원들은 과거보다 한층 더 다루기 어려운 집단으로 변했다”고 평가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