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의대 감원’ 법안 두고 의료계 “2025 모집 당장 중단”

입력 2024-12-22 18:32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 등이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22일 열린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이주영 개혁신당 정책위의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강대식 의협 회장 직무 대행,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 이한형 기자

2026학년도 이후 의과대학 정원을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야당에서 발의돼 논의를 앞두고 있다. ‘감원’이 법에 명시된 만큼 의·정 갈등의 출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절차부터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22일 국회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김윤 의원은 각각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애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23일 두 법안 처리를 예고했지만, 상임위 일정이 취소되면서 처리가 미뤄졌다. 다만 민주당이 의·정 갈등을 푸는 방안으로 해당 법안 처리에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새해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이 법안들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 산하에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설치하고, 의대 정원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강 의원 발의안에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고, ‘이전 학년도 증원 규모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 등을 이유로 증원 규모 조정이 필요할 때 이를 조정하거나 감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는 “정치적으로 증원부터 감원까지 포함한 모든 논의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절차를 법적으로 확실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감원의 근거가 법에 명시되는 것이지만 의료계 호응은 낮다. 당장 2025학년도 모집부터 중단해야 한다는 게 이유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관계자는 “법안의 방향성은 맞지만, 결정권을 가진 정부에 대해 신뢰를 잃은 상태”라면서 “증원 규모에 따라 내년에 교육해야 할 인원이 의대별 1.7배에서 4배까지 늘어난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 내년도 모집 중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의료계는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교수와 전공의, 봉직의(페이닥터), 개원의, 의대생 등이 처음 한자리에 모여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의료계는 2025학년도 모집 중단을 재차 요구했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은 최대한 중단해야 한다”며 “이런 경고를 무시한다면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을 중지하고, 급격히 증가한 의대생을 차례로 교육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고 경고했다. 박 위원장은 “선배 세대들이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빚을 지고 있다”며 “전 직역이 하나로 모여 투쟁 방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교수와 개원의들이 진료시간을 단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정부는 정부대로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8일 “2025학년도 모집 정원을 변경할 수 있는 예외적 사항은 천재지변 같은 상황으로 국한된다”며 조정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김유나 이정헌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