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사전 기획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인터넷에서 ‘버거 보살’로 회자되고 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최근 그의 경기도 안산 거주지를 압수수색했더니 그곳이 각종 무속 용품으로 장식된 점집이었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은 2018년 성범죄 사건으로 불명예 전역한 뒤 무속인으로 활동하며 이 점집을 운영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웃 주민들은 그를 ‘보살’로 불렀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도와 이번 계엄을 주도한 인물이다. 문제의 점집은 ‘롯데리아 햄버거 계엄’ 사전 모의가 있었던 곳에서 도보로 20여분 떨어져 있다. 현역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 군사 계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것부터 믿기지 않는데, 그 민간인이 무속인이라니 더더욱 기가 막힌다. 더불어민주당은 그가 군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는데, 만일 사실이라면 심각한 군기 문란이 아닐 수 없다.
윤석열 정권과 관련해 무속이나 비선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현재 검찰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공천을 미끼로 거액을 수수한 혐의로 ‘건진법사’ 전모씨를 수사하고 있다. 시점 상 돈 수수가 윤 대통령과는 관련은 없겠지만, 무속인인 전씨가 2022년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선거캠프에서 활동했고 이후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해 왔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부터 ‘멘토’였다는 주장이 제기된 역술인 ‘천공’도 각종 구설로 계속 논란이 돼 왔다. 그는 최근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하늘이 낸 대통령’이라며 3개월 뒤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천개입 및 불법 여론조사 의혹으로 구속된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도 마찬가지다. ‘지리산 도사’로 통하는 그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윤 대통령 부부와 교류했고,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들한테도 ‘비선 책사’로 조언자 역할을 해 왔다. 잘 알려지지도 않은 지역의 브로커가 선거 전문가로 통하며 대선에 깊이 관여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돌이켜보면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손바닥에 왕(王)자를 적어 TV토론에 참석한 것이나, 대통령실의 갑작스러운 용산 이전 과정 등 무속이나 비선 입김 논란은 현 정권 내내 이어졌다. 법과 제도에 기반한 시스템 및 투명하고 합법적인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국정이 운영돼야 할 민주 국가에서 애초부터 생겨선 안 될 논란들이었다. 그 저변에는 비과학적 신념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비뚤어진 정치 문화가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차제에 우리 사회가 그런 비정상과 단호히 절연해야 한다.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더는 이런 창피한 소식이 외신을 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