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서류 송달을 계속 받지 않는 가운데 헌재는 23일 송달 간주 여부 등에 대한 방안을 밝힐 예정이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송달과 심판 절차가 곧바로 진행된 것과 달리 윤 대통령 사건에서 헌재는 송달부터 애를 먹고 있다. 윤 대통령은 법률대리인 선임계도 내지 않고 있어 오는 27일 예정된 변론준비절차가 공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윤 대통령 사건에서 각종 서류가 송달된 것으로 간주할지를 놓고 검토 중이다. 헌재는 지난 16~20일 우편 등으로 탄핵심판 출석요구서, 계엄 국무회의록을 제출하라는 준비명령 등의 서류를 보냈지만 송달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대리인 선임계를 내지 않아 대리인을 통한 송달도 어려운 상황이다.
법조계에선 우편 발송 시점에 송달된 것으로 보는 발송송달, 서류를 두고 오는 유치송달, 게시판 게시 후 2주 지난 시점부터 송달로 간주하는 공시송달 등 방안이 거론된다. 헌재는 전자문서로 송달을 인정하는 방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측은 아직 전자문서도 확인하지 않고 있다. 다만 헌재법 등에 따르면 헌재는 결정서 등 서류를 전자헌법재판센터에 등재하고, 등재 사실을 전자우편이나 휴대전화 문자 전송으로 통지한다. 등재 사실을 확인하지 않으면 통지한 날부터 1주가 지나면 송달된 것으로 간주한다.
노 전 대통령 사건 때는 탄핵소추안 가결 다음 날 서류가 송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안 가결 직후 헌재가 인편으로 약 1시간 만에 송달을 마쳤다.
헌재는 27일 첫 변론준비기일은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헌재는 2016년 12월 22일 열린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에서 신속 심리를 위해 국회 탄핵 사유 13개를 5가지 유형으로 압축해 정리했다. 또 ‘세월호 7시간 행적’을 구체적으로 밝힐 것 등을 박 전 대통령 측에 요구했고,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법조계에선 송달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되겠지만 윤 대통령 측이 첫 변론준비기일에 나오지 않을 경우 쟁점 정리 등 절차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윤 대통령 측에서 대리인조차 나오지 않거나, 뒤늦게 선임된 대리인이 준비 부족 등 이유로 절차를 제대로 논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헌재 헌법연구부장을 지낸 김승대 전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단 헌재가 청구인 측과 준비절차를 진행할 수 있지만 준비기일은 양측이 어떤 공격과 방어를 할 것인지 정리하는 절차인 만큼 윤 대통령 측이 안 나오면 진행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전 교수는 “헌재 사건은 기본적으로 직권심사라 곧장 변론기일을 지정할 수 있다”며 “국정 중단 상황에서 송달 거부나 불출석 등을 아무리 반복해도 헌재가 한두 달 이상 절차를 지연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