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 부족한 교회에 ‘선시공 지원’… 신뢰의 책임 건축 실현

입력 2024-12-24 03:08
나성민 사닥다리종합건설 대표, 아가페교회 유은희 사모와 이흔재 건축위원장(왼쪽부터)이 최근 교회 본당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성남 아가페교회(안종우 목사)는 이번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공사비가 없어 건축할 수 없었지만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한 시공사를 만나” 성전을 건축, 입당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교회는 경기도 성남 신흥2동 재개발 지역에 포함돼 보상금을 받았지만 그것으론 땅을 사기에도 부족했다. 안종우 목사의 아내 유은희 사모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사닥다리종합건설(사닥다리)을 만났다”면서 “이 시공사가 공사비를 나중에 받기로 하고 공사를 마쳤다”고 말했다. 안 목사는 사닥다리를 알기 전 뇌경색으로 쓰러져 재활치료 중이다. 그래서 자리를 함께하지 못했다. 안 목사는 행함 있는 믿음을 강조하며 사모의 표현으로 ‘성경밖에 모르는’ 목사다.

재개발 보상금으로 건축 불가능

1980년 개척한 아가페교회는 이 지역 구도심의 영적 버팀목이었다. 12평의 임시 건물로 시작해 7번이나 철거당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90년에 교회를 신축했다. 이후 부흥을 거듭하며 성도가 900명에 육박했다.

교회는 2009년 재개발 정비구역에 포함되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조합과 협상하며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건축위원장 이흔재 장로는 “협상 과정에서 교회가 이권을 챙긴다는 악의적인 유인물이 나돌았다”며 “유령단체 명의여서 법적 제재도 못 하고, 교회 이미지가 나빠질까 봐 불리한 조건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쳐 많은 교인이 이탈했다.

이 장로는 협상 과정에서 기존 교회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고 했다. 건물에 대한 보상 없이 기존 땅은 싸게, 새로 매입한 종교부지는 비싸게 책정되면서 보상금으로는 땅도 살 수 없었다. 새 부지는 위치도 좋지 않았다.

그즈음 유 사모는 국민일보에 보도된 오천교회 기사를 봤다. 오천교회는 9년째 건축이 표류하던 중 사닥다리가 담보를 제공, 대출 보증을 서면서 성전을 완공했다. 유 사모는 기도하면서 사닥다리 나성민 대표를 찾아가 우리도 도와달라고 통사정했다. 그게 2021년이다.

이날 인터뷰에 동석한 나 대표는 “목사님을 뵙고 그 진실함이 느껴져 거절할 수 없었다”고 했다. 사닥다리는 예산 편성부터 설계, 건축비 마련과 절감 방법 등 건축 전반에 관여했다. 재건축지역 토지의 소유권은 조합이나 개발 주체에 있어 대출 담보가 불가능하지만 건물 담보는 가능하다는 점을 알고 추가 대출을 받도록 했다. 그렇게 해도 공사비의 3분의 2가 부족했다.

나머지는 사닥다리가 자체 부담하고 나중에 받기로 했다. 수십억원 공사비를 시공사가 부담하면서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유 사모는 “건축하는 교회 이야기를 들어보면 보통 매달 공사비를 결제하느라 스트레스를 받는다는데 우리는 그런 거 없이 누구한테도 돈 달라는 소리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며 옆자리의 나 대표 손을 꼭 잡았다.

사닥다리가 공사비 유예하고 준공
아가페교회 전경. 신석현 포토그래퍼

사닥다리는 2013년부터 교회 건축에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방식을 도입해 교계의 신뢰를 얻어왔다. 이런 점을 평가받아 최근 국민일보 기독교브랜드 대상을 받았다.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방식은 기획 단계부터 교회와 모든 정보, 비용을 공유하고 협의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모든 예산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집행된다. 아가페교회에서도 2023년 착공할 때 약속한 것을 그대로 지켰고 이해할 수 없는 공사비 증액도, 공사가 멈춘 적도 없었다. 나 대표는 “공사를 진행하며 어려운 상황도 많았다”며 “하지만 교회와 적극 소통하며 협의한 것을 지키려고 애썼다”고 했다.

“교회건축은 건축주와 시공사, 설계자, 감리자 등 관계자들이 서로 신뢰하고 도와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성전을 짓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은혜로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 대표의 말이다.

아가페교회는 현재 700㎡ 땅에 지상 4층, 대예배당 200석 규모로 건축됐다. 유 사모는 “이제까지 하나님이 하셨고 특별히 사닥다리와의 축복된 만남을 통해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새 성전을 허락하셨다”며 “하나님께는 영광, 성도들에겐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병선 선임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