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배터리… SK온 이어 LG엔솔도 위기경영 돌입

입력 2024-12-23 00:26

SK온에 이어 LG에너지솔루션도 ‘위기경영’에 돌입했다. 전기차 캐즘(수요 침체)으로 촉발된 ‘K-배터리’ 위기가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둔 미국을 비롯해 주요국의 전기차·배터리 정책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일 이창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김기수 최고인사책임자(CHO) 명의 메시지를 통해 전사 차원의 위기경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는 지난 10년 중 처음으로 매출 역성장이 예상되고 내년에도 매출과 가동률 개선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며 “투자비 증가로 인한 부담도 높아 당분간 의미 있는 수익 창출에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위기 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투자·비용 구조 재검토,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추가 수주 확대, 46시리즈(지름 46㎜의 원통형 배터리)·리튬인산철(LFP)·각형 등 신제품 경쟁력 강화, 생산공장 호환성 강화 및 매각을 통한 자산 효율화 등을 언급했다.


고강도 비용 절감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출장비 지출 규모를 줄이기 위해 임원 해외출장시 8시간 미만 거리는 이코노미석 탑승을 의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상회의를 활성화해 필요한 출장 횟수 자체를 줄이는 노력도 병행한다. 채용도 줄인다. 당분간 신규 증원보다는 내부 인력의 재배치로 조직구조를 효율화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일부 업무에 불편한 상황이 생길 수 있지만 빨리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임직원 모두가 적극적으로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앞서 SK온은 지난 7월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조 단위 누적 적자로 SK그룹 전체에 부담을 주는 상황을 의식한 행보였다. 실제로 SK그룹 차원의 고강도 쇄신을 논의한 경영전략회의가 끝나고 가장 먼저 대책을 내놓은 계열사가 SK온이었다. 우선 올해 임원 연봉을 동결하고, 분기 흑자 전환에 실패하면 내년 연봉까지 동결하기로 했다. 또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C레벨 임원 3명을 이사회 판단 아래 언제든 해임할 수 있도록 했다. 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C레벨이 아닌 임원도 수시로 교체하기로 했다. 비상경영 이전부터 시행하던 임원들의 이코노미석 탑승, 오전 7시 출근 등을 유지하기로 했고, 직원들의 재택근무 제도는 사실상 폐지했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반토막 난 삼성SDI도 지난달 삼성디스플레이 출신 최주선 사장을 새로 선임하며 전기차 캐즘 극복이라는 특명을 내렸다.

배터리 대기업들의 잇따른 비상경영 선언에 관련 기업 직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이들 대기업 아래 있는 중소기업 생태계도 연쇄적인 경영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