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도입된 단일공 수술 시스템
2.5㎝ 구멍 1개로 환자 몸 안 접근
피부 눌림 없이 정밀한 수술 가능
호르몬제 장기 복용도 문제 없어
2.5㎝ 구멍 1개로 환자 몸 안 접근
피부 눌림 없이 정밀한 수술 가능
호르몬제 장기 복용도 문제 없어
남녀 합쳐 국내 암 발생 순위 1위인 갑상샘암은 5년 생존율이 100%에 가까울 정도로 치료 예후가 좋고 진행이 느린 편이다. 하지만 모든 암이 그렇듯, 갑상샘암도 치료 시기를 놓치면 치명적일 수 있다.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와 면밀한 논의를 통해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임승택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는 23일 “갑상샘암은 최신 로봇 수술이 활발히 시도되는 분야”라며 “최근엔 겨드랑이를 통해 2.5㎝가량의 작은 절개창(구멍) 하나만 내고 수술이 가능할 정도로 흉터는 최소화하고 환자들 만족감은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로부터 갑상샘암 수술과 치료 후 관리에 대해 들어봤다.
-꼭 수술해야 하나.
“갑상샘암 역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분화도가 악화하거나 발생 위치상 림프절, 기도나 식도, 심장과 뇌로 이어지는 주요 혈관 등에 전이될 수 있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가볍게 여기는 것은 금물이다. 갑상샘의 경계와 붙어있지 않으면서 암 크기가 1㎝ 미만인 경우에만 지켜볼 수 있고, 암이 생긴 위치가 갑상샘 경계와 붙어있거나 기도 및 신경 근처라면 바로 수술하는 것이 안전하다.”
-반절제와 전절제, 어떻게 결정하나.
“목 한가운데 양쪽에 나비 모양으로 붙어있는 갑상샘을 모두 제거하는 전절제와 암이 있는 한쪽 갑상샘과 협부(좌우를 연결하는 부분)를 제거하는 반절제 수술이 있다. 수술 범위 결정에는 암 크기가 중요하고 위치 또한 고려해야 한다. 한쪽만 절제했을 땐 반대쪽 갑상샘이 남아있기 때문에 갑상샘 호르몬 수치는 정상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삶의 질을 생각하면 반절제가 환자들에게 더 좋을 수 있다.”
-1㎝ 넘지 않는 미세 갑상샘암은 어떻게 치료하나.
“수술 범위를 축소하거나 위치에 따라 바로 수술하지 않고 진행 경과를 지켜볼 여지가 있다. 미세 갑상샘암이라 해서 양쪽을 모두 수술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55세를 경계로 그 이상 연령에선 예후가 나빠지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미세 갑상샘암이라도 수술 전부터 임파선 전이가 의심되면 양쪽 모두를 제거해야 할 수도 있다.”
-로봇 수술이 많이 적용되고 있는데.
“갑상샘암 수술은 전통적으로 목 아래쪽 중앙 부위에 주름 방향을 따라 3~4㎝ 정도 피부를 절개하는 방법으로 시행됐다. 집도의 경험에 따라 절개 범위가 달라질 순 있지만 수술 후 일정 크기 이상의 흉터는 동반될 수밖에 없었다. 목 흉터로 인한 스트레스와 주변 시선으로 심리적 위축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목 부위가 아닌, 겨드랑이 절개를 통해 수술 흉터를 외부로 드러내지 않게 하는 로봇 수술이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로봇 수술은 해상도 높은 3차원 영상을 통한 선명한 시야 확보로 후두 신경 및 부갑상샘 손상 등 합병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팔을 내리면 보이지 않는 겨드랑이 부위를 절개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흉터로 인해 겪는 심리적 불안감 및 삶의 질 저하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최신 로봇 수술 방식은.
“기존 절개보다 훨씬 작은 2.5~3㎝ 정도만 절개하고 갑상샘과 임파선 제거가 가능해졌다. 지금까지의 로봇 수술 장비(다빈치Xi)로는 구조상 겨드랑이에도 최소 4㎝, 길게는 8㎝가량의 절개가 필요했다. 이는 절개 부위를 숨기려고 로봇 수술을 선택한 환자들에게 흉터로 인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됐다. 또 수술 중 외부 견인기가 필요해 그로 인한 피부 눌림 발생 등의 단점이 존재했다. 하지만 새로 도입된 단일공 로봇 수술 시스템(다빈치SP)은 2.5㎝ 수준의 구멍 1개(싱글 포트)만 뚫어 환자 몸 안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로봇 구조상 피부 견인기 없이도 작은 공간에서 문제없이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좁은 공간에서 다양한 각도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 보다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
-수술 후 목소리 변화를 많이 우려한다.
“대부분의 목소리 변화는 아주 미세하거나 느끼지 못하는 정도로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회복된다. ‘수술 후 말을 못 하나요’ ‘쉰 목소리로 바뀌나요’ 같은 걱정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의외로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목소리를 내는 성대와 관련 있는 ‘되돌이후두신경’을 침범했을 땐 수술 후 영구적으로 목소리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수술하는 경우는 드물다.”
-호르몬제는 평생 복용해야 하나.
“수술 후 갑상샘 호르몬제 복용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들이 있는데, 갑상샘을 절제하면 호르몬이 나오지 않아 약을 통해 보충하는 것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갑상샘 전절제 수술을 받은 경우는 갑상샘이 없어지기 때문에 호르몬제를 평생 복용해야 수술 전과 똑같이 생활할 수 있다. 갑상샘을 한쪽만 제거한 경우에는 대부분 남은 갑상샘이 정상 호르몬 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충분히 일하기 때문에 호르몬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다. 반절제 수술을 받았어도 낮은 확률이지만 수술 후 갑상샘 기능 저하가 발생할 경우, 또는 재발 위험이 커 호르몬 수치를 관리해야 하는 환자인 경우엔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할 수도 있다.”
임 교수는 “갑상샘 호르몬제는 임신이나 모유 수유 중에 먹어도 되는 안전한 약이기에 호르몬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것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