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입법원(의회)에서 과반 의석을 보유한 야당들이 논란의 법안을 난투극 끝에 강행 처리하자 시민들이 거리시위에 나섰다. 한국 탄핵 시위의 영향으로 일부 시위대는 K팝 아이돌의 응원봉을 들고 나왔다.
22일 대만 FTV와 타이바오 등에 따르면 대만 입법원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요건을 과반 찬성에서 3분의 2 찬성으로 강화하는 헌법재판소절차법 개정안과 선출직 공무원 소환 요구에 서명할 때 신분증 사본 제출을 의무화하는 공직자소환법 개정안을 20일 통과시켰다.
여당인 독립 성향의 민진당은 개정안들이 헌재 기능을 마비시키고 국민의 권리를 제한한다며 반대했지만, 제1야당인 친중 성향 국민당이 제2야당인 중립 성향 민중당과 연합해 개정안 처리를 강행했다.
그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육탄전까지 벌였다. 민진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점거하고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치자 국민당 의원들은 의장석을 뺏기 위해 돌진했다. 일부 의원은 상대방에게 물을 뿌리거나 플라스틱 물병을 던졌다. 이 충돌로 일부 의원은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 밖에선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민 2만여명이 시위를 벌였다. 일부 참가자들은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인피니트, 세븐틴, NCT, 미쓰에이 등 다양한 한국 아이돌 그룹의 응원봉에 불을 밝힌 채 참석했다. 린모씨는 “오늘 시위에 참석하려고 6년 전 인피니트 콘서트에 가져갔던 응원봉을 특별히 꺼냈다”고 타이바오에 말했다. ‘내 최애는 대만’이라고 적힌 팻말도 눈에 띄었다.
K팝 팬덤의 한 대표는 무대에 올라 “오늘 응원할 대상은 대만”이라며 “이번 시위가 한국에도 보도됐는데 중국 공산당 대리인이 대만 민주주의를 어떻게 훼손하는지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대만 언론은 이들의 응원봉 시위가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시위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FTV는 대만 시위 소식이 한국에 알려져 많은 한국인이 응원 글을 남겼고 이 글들이 대만 커뮤니티에 소개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