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보수는 왜 몰락하는가

입력 2024-12-23 00:34 수정 2024-12-23 00:34

윤 대통령 비상계엄 시도보다
국민의힘 이후 대응 더 놀라워

‘계엄 옹호당’ 의구심 갖게 돼
지지율 하락과 세대고립 자초

2017년 몰락 이후 반등 계기는
‘탄핵 찬성 보수’ 등장에 있어

윤석열 대통령은 ‘내란 혐의’를 받고 있다. 비상계엄 요건도 성립하지 않았고, 국무회의 심의도 하지 않았고, 국회 통지도 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계엄 통제권 바깥에 있는 ‘국회’를 무력화하려 했다. 헌법 제77조 계엄 조항, 형법의 내란죄 조항을 모두 위반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 사령관은 북한의 오물풍선에 대해 ‘원점 타격’과 ‘평양 타격’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을 공격하고 계엄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전쟁을 ‘유도하려던’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공직자의 미션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의도적으로’ 전쟁을 일으켜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위협에 노출시키려 했다. 비상계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 이후 진실이 밝혀져야 할 일이지만 참으로 경악할 만한 행태다.

오히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계엄 이후’ 국민의힘 대응이다. 친윤(친윤석열)계 국회의원 중 12월 4일 새벽 1시에 계엄해제 의결에 참여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회의장 출입을 보이콧했다. 14일에는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고,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찬성한 의원들에게 배신자라고 주장하며 제명 및 탈당을 압박했다.

조경태 의원의 표현을 빌리면 국민들은 국민의힘이 ‘내란의 힘’ 혹은 ‘계엄 옹호당’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됐다. 이후 여러 지표는 한결같이 ‘보수의 몰락’을 가리키고 있다.

첫째, 정당 지지율에서 몰락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0일 발표한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48%, 국민의힘 24%였다. 대구·경북은 민주당 27%, 국민의힘 33%였지만 부산·울산·경남(부울경)에서는 역전됐다. 민주당 38%, 국민의힘 36%가 나왔다. 부울경에서 민주당이 정당 지지율을 앞선 것은 윤석열정부 들어 처음이다. 중도층의 경우 민주당 46%, 국민의힘 13%였다.

둘째, 윤 대통령 탄핵 입장에서 국민의힘은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12월 2주차 한국갤럽 조사에 의하면 탄핵 찬성은 75%, 반대는 21%였다. 수도권은 말할 것도 없고 대구·경북에서도 찬성이 62%로 더 많았다. 반대는 33%였다. 부울경에서는 찬성 66%, 반대 30%였다. 이념적으로 ‘중도’라고 밝힌 사람들은 찬성 83%, 반대 14%였다.

셋째, 국민의힘은 ‘세대적으로도’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12월 3주차 한국갤럽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8%, 국민의힘 24%였다. 민주당은 30~50대에서 50%를 넘었다. 60대의 경우 민주당 43%, 국민의힘 31%였다. 70대 이상에서만 민주당 33%, 국민의힘 51%였다. 한국 유권자의 비율을 보면 2030세대는 약 30%, 4050세대는 38%, 60~80대는 약 32%다. 국민의힘은 노년층에서도 7080세대에서만 우위를 점하는 정당으로 쪼그라들고 있다.

넷째, 보수의 몰락은 ‘대선후보 지지율’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12월 2주차 한국갤럽에 의하면 이재명 후보는 37%였다. ‘범보수 후보’로 볼 수 있는 한동훈(5%) 홍준표(5%) 오세훈(2%) 김문수(2%) 유승민(2%) 안철수(1%) 등 6명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17%에 불과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지지율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보수는 왜 몰락하는가. 스스로 계엄옹호당 이미지를 구축하고,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가치를 훼손하고, 한국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오죽하면 미국 국무부는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을 앞둔 지난 5일에 “한국 헌법에 따라 다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의 법치와 민주주의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탄핵을 지지하는 발언이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연전연패하다가 2021년 4·7 재보궐 선거부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이준석 당대표, 윤석열 대선후보. 당시 기준으로 이들의 공통점은 ‘탄핵을 찬성한 보수’였다.

‘탄핵을 반대한’ 보수가 중심일 때 연전연패했고, ‘탄핵을 찬성한’ 보수가 전면에 나설 때 승리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당’으로 가고 있다. 이번 보수의 몰락은 더 깊고,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