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종묘 망묘루와 김건희

입력 2024-12-23 00:40

종묘는 태조 이성계가 도읍을 한양으로 정한 뒤 제일 먼저 지은 건물이다. 개국공신 정도전은 ‘조선경국전’에서 “임금은 하늘의 명을 받아 나라를 열면 반드시 종묘를 세운 다음 조상을 받드는 법”이라고 했다. 1394년 10월 공사가 시작돼 이듬해 완공됐다. 12월 착공된 경복궁보다 2개월 빠르다. 완공 시기는 9월 29일로 같다. 종묘는 1995년 12월 9일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과 함께 한국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종묘의 외대문(정문)을 지나 오른쪽에 가장 먼저 보이는 건물이 망묘루(望廟樓)다. 종묘를 바라보는 누마루(다락처럼 높게 만든 마루) 집이라는 뜻이다. 종묘 관리를 맡았던 관서인 종묘서(宗廟署)가 있던 곳이기도 하다. 망묘루는 국가유산청 출범을 맞아 지난 5월 17일부터 6월 30일까지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망묘루 누마루는 10명도 앉을 수 없는 좁은 공간이지만 안쪽에서 내다본 풍경은 감탄을 자아낸다. 중앙에 향나무가 있는 연지의 신록은 아름답고, 종묘 전경도 한눈에 들어온다. 국가유산청은 시민들의 호응이 예상외로 높자 특별개방을 8월 31일까지 연장했다.

이곳이 유명해진 것은 김건희 여사 때문이다. 김 여사는 지난 9월 3일 망묘루에서 외부인들과 차담회를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를 두고 김 여사가 일반인 개방이 끝난 시점에 망묘루에서 대통령실을 동원해 사적 모임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국가유산청은 국가 행사라며 구체적인 방문 목적과 취지는 경호 및 보안상 이유로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국가유산청은 20일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김 여사의 망묘루 차담회가 국가유산 사적 사용에 해당한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그러면서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이 이번 논란과 관련해 공식적인 사과문을 발표하겠다고도 했다.

국가 주요 사적을 개인 목적으로 이용한 것은 명백한 규정 위반이다. 지금이라도 어떤 목적과 어떤 과정으로 이용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김준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