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국월드비전 회장에 취임한 조명환(68) 회장은 ‘꼴찌 박사’로 알려져 있다. 조 회장은 “공부를 못했던 달동네 소년이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에이즈 전문가가 된 후 국제구호단체 회장까지 된 데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었다”고 간증한다. 그는 “경제난과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 전 세계 어린이들을 도와달라며 후원에 참여하는 모습은 언제나 감동”이라면서 “나의 교만을 내려놓고 오직 하나님을 구하는 기도를 통해 희망을 놓지 않고 소명을 이루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월드비전 본부에서 만난 조 회장은 한국 청년들에 대해 ‘트윈 시티즌십(twin citizenship)’을 가졌다고 표현했다. 한국 국적을 포함해 전 세계에 관심을 두고 있는 ‘글로벌 시민’이 됐다는 의미다. 청년들은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일을 자기 일처럼 걱정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고 전한다.
“월드비전 후원자 중 20~30%가 젊은 청년입니다. 장년층은 후원할 때 ‘월드비전이 알아서 좋은 데 써주세요’라고 하시는데 청년들은 ‘기후 변화로 가뭄을 겪고 있는 나라에 써주세요’ ‘돈 없어 생리대를 못 사는 소녀들에게 생리대를 보내주세요’ 등 똑 부러지게 목적을 이야기합니다. 저 같은 베이비붐 세대는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것에만 집중했다면, 요즘 청년들은 훨씬 수준이 올라가서 전 세계를 바라보고 그 이슈를 다 알고 있다는 겁니다. 아직 월급이 적고 모은 돈도 없지만 어려운 이들을 위해 나서야겠다는 청년을 보면 사랑스럽고 밥이라도 한 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죠.”
청년들은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물을 긷기 위해 걷는 6㎞를 의미하는 걷기 대회 ‘글로벌 6K’나 조혼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돕는 ‘1000명의 소녀들’ 등의 캠페인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자녀를 데리고 오는 젊은 부부도 눈에 많이 띈다. 이들을 비롯한 여러 후원자 덕분에 월드비전이 가는 곳마다 아이들의 인생이 바뀌고 마을의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후원자님들 덕분에 제가 곳곳에서 인사를 많이 받죠. 올해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차 로잔대회에서 방글라데시 출신 목사님을 만났는데 월드비전 후원 아동이었다면서 저를 찾아왔어요. 이슬람 국가에서 복음을 전하는 목회자가 된 겁니다. 최근엔 후원자들과 잠비아 사역지에 갔는데 공항 직원이 월드비전 후원을 받아 성장했고 직업까지 가졌다며 저희를 반겨주더군요. 여러분들의 섬김이 전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후원자들이 ‘나눔은 내가 행복해서 하는 일’이라 하시더군요. 저도 어려운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까 고민하는 일이 항상 행복합니다.”
조 회장은 삶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했다. 그는 “청년이란 시기는 내가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불확실성’ 때문에 누구에게나 힘든 것 같다”면서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하나님이 옆에 계시는데 그것을 모르고 혼자 울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오하이오 주립대로 유학을 갔다가 성적이 좋지 않아 1년 만에 쫓겨난 뒤 그 어떤 학교도 나를 받아주지 않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가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공간’을 구했던 때였습니다. ‘내가 어느 정도 열심히 이뤄놨으니 나머지만 하나님이 해주세요’라는 기도는 교만한 기도입니다. ‘나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으니 모든 것을 맡깁니다’하는 기도가 겸손입니다. 청년들이 혼자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혼자 이루려 하지 말고 모든 짐을 맡기면 하나님이 하십니다. 제가 그 증인이고요.”
조명환 회장이 추천한 다음 인터뷰이 개그우먼 조혜련 집사
개그·노래·저술까지 ‘만능’
“성경 통한 복음전파에 소명”
개그·노래·저술까지 ‘만능’
“성경 통한 복음전파에 소명”
조명환 한국월드비전 회장은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개그우먼 조혜련 집사를 추천했다. 조 회장은 조 집사가 예수님을 믿기 전부터 인연을 맺고 봐왔다고 전했다. 조 집사가 다른 종교에서 벗어나 신앙을 가지기 시작하고 ‘성경 바람잡이’까지 되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을 목격했다”고 표현했다.
올해 데뷔 32년을 맞은 조 집사는 각종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었으며 일본에서도 활약했다. 노래에 대한 열정으로 뮤지컬 무대에도 올랐고 찬양 앨범을 발표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엔 평택대 피어선신학전문대학원에서 역사신학 박사 학위를 받고 책 ‘조혜련의 잘 보이는 성경 이야기’(오제이엔터스컴)를 출간했다.
조 회장은 “조 집사님은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이라 표현할 수 있다”며 “일본에 진출하려고 일본어를 배우고 지금은 중국어까지 현지인 수준으로 하는 모습을 보면 항상 놀랍다”고 설명했다.
항상 주변인에게 성경을 선물하는 것으로 알려진 조 집사는 조 회장이 성경을 5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현재 월드비전 홍보대사로서 나눔 사역을 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