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으로 바로 서고 아이들이 뛰노는 선교적 교회를 꿈꾸다

입력 2024-12-23 03:09
최재복 부천 길교회 목사가 지난 10일 예배당에서 팔짱을 낀 채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그의 뒤로 교회의 2024년 표어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부천=신석현 포토그래퍼

경기도 부천 원미구 상동의 길교회(최재복 목사) 정문 앞에 서면 마치 거대한 성벽과 마주한 듯하다. 높은 콘크리트 벽이 안쪽의 교회 건물을 감싸고 있는 형상이다. 하지만 입구를 막아 놓고 외부와 단절시키는 성벽은 아니었다. 누구나 드나들 수 있게 정문이 뚫려 있다는 점이 달랐다. 지난 10일 교회를 찾았을 때도 사람들은 정문 앞 대로에서 교회 안쪽으로 오갔다. 교회 건물 사이를 지나 반대편 공원과 시립도서관까지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최재복(55) 목사를 만나 교회 사역과 목회 철학을 청취했다. 교회의 외관처럼 굳건한 성벽이란 이미지와 지역사회와 벽을 넘은 ‘소통’이라는 두 개의 이미지가 동시에 느껴졌다.

최 목사와 길교회는 ‘말씀’과 ‘선교’라는 교회의 존재 목적과 본질을 굳건히 지키려 노력해왔다. 길교회는 코로나19 기간 교회에서 드리는 현장예배를 멈추지 않았다. 최 목사는 “과거 흑사병이 창궐했던 때 당시 유럽교회가 병자들과 함께하며 예배를 드렸듯, 예배는 모여서 함께 드리는 것이라는 성경이 말하는 본질을 고집스럽게 지키려 했다”며 “물론 교인 중엔 이를 반대하는 이도 많았고 교인 간 갑론을박도 있었지만, 신앙 편의주의는 용납할 수 없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세상 법이 정한 테두리를 존중하되, 교회의 본질인 성경 말씀은 끝까지 지켜내려 한 탓일까. 당시 길교회는 지역사회에 코로나 확산 피해를 끼치지 않았다. 교회 출석 인원도 코로나 직후 재적인원의 75% 수준을 유지했고, 현재는 코로나 이전의 90% 정도까지 회복됐다.

늘 성경이 말하는 바를 지켜내려 했던 최 목사는 2016년 길교회 담임목사를 맡은 후부터 성경 강해 설교를 지속해왔다. 교인들과 함께 지금까지 성경을 네 번 완독했다. 최 목사는 “성경 자체라는 본질에 집중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더라”며 “하지만 교인들의 마음에 성경 말씀이 기초로 세워져 있지 않으면 한계는 반드시 있기 마련이기에 성경이 언제나 우리 삶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걸 전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와 벽을 넘어서는 소통 측면에서 길교회는 이웃을 섬기는 일에도 열심이다. 길교회는 지금도 교회 인근 지역의 취약계층과 소외된 이웃을 위해 쌀 나눔과 성금 기부 등을 꾸준히 해오고 있고, 노인대학을 통해 교회 공간을 지역 노인들을 위해 내어준다. 최 목사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께서 교회의 영향력은 절대 내부 중심적이 아니고, 확산 주도적이라고 하신 말씀에 공감한다”며 “지역사회를 위한 섬김과 복음전파에 힘쓰고 교인들이 예배하듯 삶을 살아내도록 하는데 사역의 지향점을 둔다”고 전했다.

육아 걱정이 저출생 문제로도 이어지는 현실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길교회의 사역도 인상 깊다. 최 목사가 꼽는 요즘 길교회의 대표적인 사역은 예전 시골 마을처럼 교인 간 이뤄지는 이른바 ‘육아 품앗이’다. 친한 교인의 아이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끼니를 챙겨주며 돌봐주는 등 교회 공동체가 함께 육아를 감당하는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최 목사는 “교인 연령층이 젊은 편이고, 교회학교 때부터 교회를 다니다가 이제는 학부모가 돼 아이들과 함께 교회를 찾는 이들도 많다”며 “교회학교나 청년부 때는 서로 데면데면했지만, 학부모가 된 후로 육아를 함께 감당하며 친해진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길교회에 잘 적응한 자녀를 따라 교회에 나오며 자연스레 제자 양육과정에까지 참여한 어느 학부모의 사연, 친구의 교회 자랑에 호기심이 생겨 길교회를 찾은 초등학생들의 사연까지 육아 공동체 역할을 감당하는 길교회에서 만날 수 있는 이야기다.

최 목사는 “교인들이 워낙 성숙해서 그런 것 같다”며 “늘 교인분들이 저보다 더 신앙이 좋다고 얘기하고 다닌다”며 웃었다. 그는 이어 “교회가 다음세대의 중요성을 많이 말하는데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성품을 아이들에게 주신 만큼 교회가 아이들 내면의 영성을 깨울 계기만 만들어주면 아이들을 통해서도 충분히 복음이 전파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최 목사는 연세대 신학과를 다니며 구소련 선교사를 꿈꿨고, 2013년부터 3년간 필리핀 선교사로도 사역했다. 그에게 선교는 지금도 가장 큰 관심사이자 평생 수행해야 할 하나님의 지상명령이다. 최 목사는 길교회가 펼치는 선교 사역에 자부심이 크다. 현재 필리핀 중국 러시아 영국에서 선교 사역을 펼치는데 현지로 파송한 선교사의 생활비 등 경제적인 부분을 교회가 지원한다. 최 목사는 “생활비 걱정 없이 오로지 선교 사역에만 집중하도록 돕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 결과 중국에서는 현지인을 중심으로 신학교가 자체적으로 구성돼 현지 사역자들이 세워지며 교회가 확장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최 목사는 “길교회 당회장이신 윤성중 목사님을 곁에서 보며 교회와 선교를 위한 생각과 열정이 가득하다는 점을 느낀다”라며 “그 가르침을 따라 하나님의 지상명령인 선교 사역을 주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성실히 감당하는 교회이길 소망하고, 이를 위해 예배와 말씀 등 기본을 지켜나가는 일을 지속해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일에 같이 참여하는 교회와 성도, 그리고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는 삶을 살며 얻게 되는 열매들을 간증하는 교회와 성도이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부천=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